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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새 Mar 29. 2024

이천 산수유 마을 여행

이천 백사마을 산수유 군락지

 봄이면 여기저기 봄꽃 축제로 바쁘다. 매화, 산수유, 진달래, 철쭉 아마 순서대로 축제 찾아다니느라 바쁜 봄철이 다가왔다.

 이곳 양평도 4월 5일부터 7일까지 갈산 누리봄 축제가 갈산공원길(예전 물소리길 4코스. 버드나루께길)에서 열린다고 한다. 이상 기온으로 날짜 맞추기가 어려워 진해 벚꽃 축제가 아직 피지 않은 꽃 축제가 될 것 같다는 아쉬운 소식도 들린다.

 이천 산수유 축제는 3월 22일부터 24일까지 3일간 성황리에 끝났단다.

 우리는 사람 많은 것을 싫어한다.

 "사람들도 많고 볼 것도 많고, 먹을거리도 많아서 참 좋아요."

라고 하는 인터뷰 내용이 TV에 나오면 공감을 하지 못하는 우리는 축제 전날이나 끝난 후에 찾아간다. 축제는 며칠이지만 꽃은 그 기간에만 피는 것이 아니니까.

 이번에는 우리가 잘못 판단했나보다. 축제 다음날인데도 어찌나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지. 축제가 끝난 게 맞나 싶을 정도다.

 마을 주민 가게는 열어서 대부분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었지만, 행사 지원이나 체험 부스는 그렇다 치더라도, 화장실까지도 철거하는 중이라 조금 아쉬웠다.

 어쨌든 꽃이 예쁘게 만개했으니 모든 것이 용서가 되는 산수유 마을 여행이다.

 하늘이 흐리긴 했지만, 노랗게 핀 산수유 꽃에 정신 팔려서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천시 백사면 원적로 775번 길. 네이버 지도에 이천 산수유 축제라고만 검색해도 된다.

 산수유 마을 입구에 멋진 산수유 사랑채가 먼저 눈에 띄었다. 전통 숙소라고 하는데, 무대 장치가 있는 것을 보니 축제 기간 동안 공연이나 노래자랑 대회도 이곳 무대에서 한 것 같다.

 산수유 노란색. 가까이서 보면 강하지 않은 색감인 것 같은데, 한 발짝 씩 물러나서 볼수록 더 강한, 모여 있을수록 더 노랗게 보이는 꽃이다. 노랑이 주는 밝음, 희망 등의 긍정적인 이미지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꽃을 찾아 여행하는 사람들의 표정은 참 예쁘다. 근심 걱정 하나도 없어 보이는, 현재의 행복과 밝은 미래가 확실한 듯한 표정은 산수유 노란 꽃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일까.

 어렸을 때부터 노란색을 참 좋아했는데, 노란색을 좋아하면 질투심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몰래 속으로만 좋아했던 6학년 때의 기억이 난다. 이젠 대놓고 좋아해도 될까.  

 노랑의 세계로 일단 빠져본다.  

 생강나무 꽃과 비교할 때 꽃자루가 길면 산수유라고 보면 된다. 꽃자루 퍼진 모습이 별이 빛나는 것처럼 방사상의 형태가 재미있다.

 군락지로 올라가는 길에  만난 돌단풍. 산행하다가 흔히 만나는 꽃이라 집에 심지 않았는데, 이렇게 예쁘다니. 눈여겨보는 것과 그냥 무심코 지나치며 보는 것의 차이가 크다.

 앞집에 놀러갔다가 돌단풍이 있는 것을 보고 반가워했더니 앞집 아주머니가 흔쾌히 나누어 주었다. 나도 돌을 몇 개 주워 모아서 어울리게 돌단풍을 심었다.

  종지나물은 제비꽃과 비슷하다. 지피 식물로 괜찮을 정도로 키가 작고, 번식력도 강한 것 같다.

 서원이 있다는 표지판을 보고 쭈욱 걸어갔더니, 옆 건물이 음식점이었다. 섬돌 아래  바위솔이 매력적이었다.

 다시 노란 산수유를 따라 걷는다.

압화 가게
영축사

 남당이라는 연못의 유래가 이천 산수유 마을의 역사를 알려주고 있다. 1519년 기묘사화때 난을 피해 낙향한 남당 엄용순 등 여섯 선비들이 모여 시회와 학문을 강론했다는 육괴정도 마을의 역사와 함께 하는 사적이다.


육괴정

 노란 산수유를 모티브로 한 예쁜 안내판을 따라 걸어간다.

 얼마 만에 본 금줄인지 모르겠다. 아기 출생은 아닌 것 같고, 출입 금지를 뜻하나 본데, 센스가 빛이 난다.

 이천 산수유 군락지는 마을 안 쪽에 위치한다.

 남편은 구례 반곡마을 산수유가 낫다고 하는데, 나는 생각이 다르다. 남편은 반곡마을은 개천이 같이 있어서  더 예쁘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사진 찍을 포인트가  더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이곳 이천 산수유가 인기 있는 것은 수도권에서의 접근성 때문이 아닐까 싶다.

 여기 찍어줘. 저기도. 이렇게 찍어봐. 주문을 자꾸 하게 된다. 남편은 카메라 기자, 나는 PD처럼.

 매화도 한창이다. 백매화, 청매화, 분홍매화도 있었다. 봄이 확실히 도착했다.

 꽃길만 걸어요. 꽃길만 걷자. 꽃길만 걷길.

 사람이 사는 일이 어찌 꽃길만 있겠냐마는 어려운 시기에도 분명 꽃길의 희망은 있는 법이다.

 사진 찍을 만한 포토존 시설이 꽤 많다.

 꽃도 웃고,

 당신도 웃고.

 이제는 사진을 잘 안 찍는 나도, 포토존 몇 군데에서 포즈를 취했다.

 언니처럼 젊어 보이는 엄마와  딸의 ' 함께 인생 샷'에  행복을 나눠 받기도 하고, 우리보다 약간 위인 듯한 두 부부의 그림 같은 모습을 감상하기도 했다.

 우리도 한때는 열심히 삼각대까지 갖고 다니면서 둘이 사진을 찍었었는데, 풍경 사진을 찍어 여행기에 올리기 시작하면서 아예 나 혼자도 사진 찍는 일이 드물다.

 모두들 추억에 남는 인생 샷을 찍으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사진을 찍는 사람도 열심이고, 모델들도 멋진 포즈를 공부한 사람들처럼 장면 하나하나에 진심이 느껴진다.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의 모델은 산수유 꽃, 나무, 풍경이 먼저다.

 축제는 끝났지만 소망 터널은 소망이 이루어질 때까지.

 글을 쓰는 지금도 마음이 설레인다. 꽃 속에서 행복한 날이었다.

  사람이 너무 많으니까, 나올 때는 마치 싸운 사람들처럼 남편은 저 앞에서, 나는 헐떡헐떡 뒤따라 가느라고 투덜투덜. 그래도 다녀오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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