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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새 Apr 14. 2022

김제 금산사 벚꽃

모악산 마실길

 요일(4월 9일) 김제 금산사를 다녀온 다음 일요일 양평 물소리 3코스, 월요일 물소리길 4코스를 다녀와서 먼저 글 올렸다.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하면서 양평 물소리길 3,4코스 걷기에 대한 글을 계획서에 넣었었는데, 요즘이 양평 벚꽃 피크였기 때문이다. 4코스는 원래 17일에 가려고 계획했으나 개화 정도를 알아보니 다음 주이면 너무 늦을 것 같아서 월요일 다녀오는 바람에 3일 연속 걷기와 글 올리기로 강행군을 했다. 화요일에 비도 오고 바람이 불어 양평에는 이제 벚꽃 꽃비가 내리지 않나 모르겠다. 
 모악산은 해발 793m라고 한다. 김제시 금산면과 완주군 구이면의 경계에 있는 산으로, 모악산을 중심으로 모악산 마실길이 있다고 해서 걷기로 했다. 우리가 걸을 길은 그중에서 금산사 둘레길(완주 구간)이라고 부르는 길이다. 금산사 주차장 - 닭지붕 쉼터 - 전망대 - 백운정 - 편백나무숲 - 사랑나무 연리지 - 금산사 - 금산사 주차장으로 원점 회귀하는 코스다.
 오래전에 모악산 등산을 간 적이 있는데, 그때 보았던 오래된 벚나무를 한 번 더 보고 싶어서 이번 여행을 계획했다. 모악산을 등산한 때가 2009년이니까 13년 전의 일이다. 내 기억에 매화나무인 것으로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벚나무였다. 어쨌든 그때 보았던 오래된 나무에서 느꼈던 기품이 내 마음속에 오래 감동으로 남아있었던 모양이다.  

 우선 금산사 무료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모악산 관광안내소 옆에 있는 모악산 마실길로 올라간다. 들머리인 셈이다. 마을 주민들은 물 한 병 가지고 올라간다는 마실길. 실제로 만난 그 주민들은 물 한 병 가지고 올라가고 있었다. 우리는 둘 다 커다란 배낭 하나씩 메고 올라가는 중인데.

 초입부터 좀 험한 길이다. 스틱의 도움을 받으며 오르막길을 걸어 올라간다. 새싹의 연한 초록색이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 봄의 증거는 어디에나 있다. 겨울은 이제 흔적을 찾기 힘들다.

 올라가는 나무 계단에 '참 좋은 인연'이란 말이 쓰여있다. 참 좋은 인연이 되어 30년 이상을 함께 산 우리 부부는 또 이렇게 같이 길을 걷는다.

 닭지붕 쉼터에도  '오실 때는 바람처럼 가실 때는 흔적 없이' 가라는 말이 적혀있다.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는 뜻을 참 센스 있게 표현했다. 쉼터에 사람이 있어서 그냥 통과한다. 내리막길이 경사가 급하다. 이곳만 내려가면 별로 어렵지 않은 길이다.  

 전망대에서 금산사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본다. 산속에 포근하게 안긴 듯한 절의 모습이 편안해 보인다. 참 잘 자리 잡은 가람이다. 아침 해가 떠오르는 중이라 보정을 해서 좀 나아졌는데도 아쉽다. 제대로 찍으려면 해가 중천에 있을 때 찍어야 한단다. 계속 걸어야 하는 산행팀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전문 사진작가들처럼 가장 알맞은 시간 때를 맞추려 마냥 기다리며 서 있을 수는 없다. 사실 그만한 인내심도 부족하고.

모악산 마실길은 참 소나무가 많다. 금산사 둘레길의 숲길은 대부분 소나무 숲길의 연속이다. 진달래도 많이 피어있다. 소나무와 진달래는 계속 등산로를 따라가며 쉽게 볼 수 있다.

 도중에 도통사를 지나쳐간다. 살림집 같은 작은 절의 느낌이다. 도통사 앞쪽으로는 마을의 모습이 보였다.

 백운동 뽕밭이란 지명이 있었는데, 뽕나무는 발견하지 못하고, 비닐하우스를 설치했던 철제 파이프만 잔뜩 있었다. 비닐하우스 파이프 근처에 멋진 소나무 쉼터가 있었지만 사람이 있어서 지나쳤는데, 백운정 쉼터에도 사람들이 있었다. 정상은 여기서 왼쪽으로 가라는 표시가 있었지만 금산사 둘레길은 오른쪽으로 빠진다.  

 꽤 큰 나무가 더 이상 자라지 못하고 쓰러져있다. 옛날 조상들은 쓰러진 나무를 잘라다가 장작을 만들어 난방을 하고 밥을 했을 것이다. 내가 어렸을 때만 장작이나 솔가리(소나무 마른 잎 모은 것. 내 고향에서는 갈비라고 불렀다.)를 지게에 싣고 와서 파는 나무꾼들이 있었다. 요즘은 그런 나무꾼을 볼 수가 없다.

 개울 가의 어린 나무, 모여 피는 현호색도 우리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봄의 증거다.

 느림은 채움입니라는 글귀를 만난다. 빨리빨리가 신속한 일처리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마음을 채우지 못해 병이 생길 수도 있다. 느리게 가며 스트레스를 없애고, 여유로움을 채워서 내려가면 복잡한 세상을 좀 더 슬기롭게 살 수 있지 않을까.

 편백나무의 피톤치드가 옷깃에 스며든다. 숲 속에서는 걱정이란 걸 다 잊어버리게 다.

 대부분 산죽은 사람 키만 한데, 여기는 키가 작아 부드러운 풀밭 느낌이 다. 길 옆의 나무가 한쪽 방향으로만 자라는 게 재미있다. 숲길이다. 숲길을 걸으면 건강해지는 느낌이 든다.

 연리지 없는 연리지 쉼터다. 2012년 3번의 태풍을 겪으면서 부러져 버렸단다. 100년 이상을 붙어있던 두 나무는 흔적만 간직한 채  따로 서 있다. 부러진 가지를 옆에 있는 나무에 붙은 것처럼 보이게 찍어보았더니 괜찮아 보인다. 사진에서라도 둘이 붙어있으렴.

 쉼터를 소나무가 뺑 둘러싸고 있다. 키 큰 소나무들이 만들어 준 시원한 그늘이 쾌적하다. 하늘을 보니 소나무로 지붕을 만든 것 같다. 간단한 간식과 차 한 잔의 휴식을 갖는

 편백나무 숲도 곳곳에 있다. 저절로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피톤치드는 실제로 건강에 많은 도움을 준다. 피톤치드는 수목의 호르몬으로서 병원균이나 해충 등의 외부의 적으로부터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내뿜는 물질이다. 대부분의 침엽수종이 가지고 있으며, 특히 편백나무가 가장 많이 함유하고 있다고 한다. 산림욕을 통해 피톤치드를 마시면 스트레스 해소와 심폐 기능 증진, 탁월한 살균 작용 성분으로 인해 아토피에도 효과가 있다는 설명을 그대로 옮겨본다.

 금산사가 가까워지면 벚나무가 먼저 마중을 나온다. 모악산 마실길의 숲길이 거의 끝나가는 모양이다.

 모악산 정상 쪽으로 가는 산행객이 있었다. 13년 전의 우리처럼.

금산사는 백제 법왕 원년(599년)에 작은 절로 지었는데, 신라 혜공왕 2년(766년) 큰 규모로 중건하여 지금에 이르렀다고 한다. 역사가 1400년이 넘는 절로, 국보 제62호인 미륵전을 비롯하여 많은 보물을 소장하고 있다.

 국보인 미륵전이다. 한참 초파일 준비를 하는 중인지 미륵전 앞에 기둥을 잔뜩 세워놓았는데, 초파일 연등을 달 준비를 하는 모양이다.

 육각 다층석탑과 석련대가 절 마당에 같이 있었다. 둘 다 보물이다. 여기저기 보물만 9가지나 된다고 한다.

 금산사로 나를 이끈 오래된 벚나무는 한 그루로 기억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여기저기 오래된 벚나무가 많이 있었다. 수령이 몇 년인지 알 수 없으나 꽤 오래된 것으로 보인다.

 벚나무 오른쪽에 있는 나무는 부자소나무란다. 소나무에게 소원을 빌면 부자가 되려나.      

 매화인지 벚꽃인지 헛갈렸던 내 기억 속의 벚나무를 찾았다. 그 사이에 모습은 약간 변했지만 건강하게 잘 있었다. 오랜 세월을 살아오면서 꽃을 피우는 벚나무. 사람은 늙으면 힘이 빠지는데, 나무는 늙어도 제 할 일을 다 하고 있다.

 그 외에 오래된 벚나무들의 모습도 카메라에 담아본다. 하나같이 기품이 있다. 세월이 그렇게 만든 모양이다.

 사람들이 오래된 벚나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추억 한 자락이 사진 속에 담기면 나중에 꺼내보며 즐거움이 소환되리라. 나도 줄 서있다가 인기 있는 포토존에서 한 장 찍어본다.

 담장에 홍매화가 붉게 빛나고 있다.

 노란 수선화와 개나리가 건물 벽의 노란색과 어울려 예쁘다.

 꽤 오래된 느티나무도 만나고,  보물인 당간 지주도 만나본다.  

 대문 액자에 풍경화를 담아본다.   

 일주문을 지나면 매표소가 있다. 원래 주차장에서 금산사로 바로 들어오면 입장료가 있는데, 우리는 입장료를 내지 않았다.  절 안의 주차장에도 주차가 가능한데, 매표소에서 주차비 3,000원을 내야 한단다.                    

 잔디 광장에 노란색이 보여서 가까이 가 봤더니 노란색 풀꽃이었다. 

 개화문을 지난다. 곳곳에 봄꽃이다.

 인공 폭포가 있어서 시원하게 떨어지는 물줄기를 보니 눈이 즐겁다.

 주차장으로 원점 회귀하면 금산사 둘레길 트레킹이 끝이 난다. 

 추억 속의 오래된 벚나무를 만나서 정말 기분이 좋았다. 

 운동 앱에 찍힌 거리는 8.8km, 시간은 4시간 6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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