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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새 May 04. 2024

호텔에서의 일박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2

 우리는 호텔에서 거의 숙박을 하지 않는다.

 전국의 산과 걷기길을 다니다 보니 대부분 숙박은 그 지역에서 가까운 휴양림에서 하게 된다.

 유명산이나, 중미산, 청태산, 방태산, 가리왕산, 오서산은 휴양림이 들머리가 되기도 한다.

 제주 절물휴양림은 장생숲길, 조령산휴양림은 문경새재, 변산휴양림은 변산마실길을 걸을 때 자주 이용하였다.

 이번 여행은 주목적이 친구 아들의 결혼식 피로연 참석이다.

 결혼식은 베트남에서 했기 때문에, 한국의 친척과 지인을 위한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절친한 친구라 먼 거리지만 참석을 하기로 하고 주변의 휴양림을 찾아보았으나 자리가 없었다.

 진주가 고향이지만 부모님 모두 돌아가시고 하룻밤을 부탁할만한 친척이 없어서, 생각한 끝에 피로연이 열리는 호텔에 예약을 했다.

 숙박비가 휴양림 비용의 몇 배가 되지만, 저녁 6시 반에 시작하는 피로연이라, 끝나고 나면 어두워질 텐데,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일 없이 바로 객실로 이동하면 되니까 괜찮은 선택이라 생각이 든다.

 우리가 누군가. 단순 여행보다는 산행을 선호하는 부부가 아닌가. 진주에 가까운 산행지를 찾아 남해 망운산으로 출발했다.

 망운산은 남쪽 지방에서 꽤 알려진 철쭉 산행지다. 냉해 때문인지 철쭉 개화 상태는 만족할만한 수준이 아니었지만, 지난번 밀양 종남산 산행 때보다는 체력이 회복된 것 같아 기분 좋은 산행을 했다.

 새벽 4시에 양평에서 출발해서 휴게소에서 아침을 먹고, 준비해 간 도시락을 망운산에서 먹으려고 했으나 마땅치가 않아서 과일만 먹고 하산을 했다.

 도시락은 극기훈련을 한 셈이 되었다. 점심은 남해 상주 해수욕장에서 바다를 보면서 먹었다.

 호텔에는 취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지만 싱크대가 없다.

 남은 반찬은 객실에 있는 냉장고에 넣어두고, 밥을 넣었던 도시락통과 과일용 밀폐용기를 설거지해야 하는데 난감하였다. 내일 집에 가서 설거지를 할까 하다가 화장실 세면대에서 하기로 했다.

 수세미도 준비를 하지 않아서, 객실에 제공되는 샤워 스폰지용 비닐봉지를 이용하였다.

 설거지한 그릇을 엎어둘 데가 없으니, 밀폐용기에 그릇을 테트리스하듯이 쌓아 올렸다.

 다음에 이런 호텔 숙박의 경우가 생긴다면 배낭과 캐리어만 챙겨 올 것이 아니라, 수세미와 그릇 엎어둘 작은 채반 하나 챙겨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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