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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새 Jul 05. 2024

화실 첫 수업

본격적으로 그림공부를 시작하다

기다리던 7월 첫 주 수요일. 7월 3일.

소풍날 기다리는 아이처럼 괜스레 두근거렸다.

문화센터보다 두 배로 거리가 멀어졌다면서 남편이 재촉해서 부지런히 갔더니 좀 이른지 화실에 아무도 없었다.

잠시 기다렸더니 선생님이 나오셨다. 살림집과 화실이 가까워서 시간 딱 맞춰 출근하는 것 같았다.

아담한 작업실에 5명 정도 수업이 가능하게 각각 작은 테이블 겸 사물함과 이젤이 자리하고 있었다. 벽에는 수강생이나 선생님의 작품으로 보이는 캔버스 그림이 가득 전시되어 있었다.

강상면에 위치한 '콤마, 그리고'라는 화실.

<일상이 찍는 나를 위한 쉼표 하나. 그리고 이어지는 삶>을 모토로 내세운 걸 보면 화실은 아이들보다 성인 미술교육에 더 관심이 있는 걸까. 그건 아직 잘 모르겠다. 첫날이니까.

선생님께 간단히 내 소개를 했다.

화가로 활동 중인 언니와 자라면서 이제껏 나는 그림을 못 그리는 사람으로 생각하며 살았다고. 캘리그라피를 배우는데, 수채캘리가 자신 없어서 그리기 기초를 배우려고 문화센터에 다녔는데, 미술이 정말 재미있어서 계속하려고 한다고 했다.

어떤 것을 배우고 싶냐고 물어보길래 그리기와 수채화 기초를 배운 후 아크릴화를 배우고 싶다고 했다.

문화센터 4개월의 가장 큰 성과는 그리기에 대한 즐거움과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다.

짧은 시간(4개월)에 20명 가까이 되는 수준이 각기 다른 수강생에게 소묘와 수채화 기초를 제대로 가르치는 것은 여러모로 역부족이리라 생각한다.

강사님으로서는 최선을 다한 것이며, 나도 그 짧은 시간에 배울 수 있는 만큼은 충분히 배웠다고 생각한다.

미술을 일단 시작했으니 계속하라는 조언을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도 나에게는 행운이다.

물론 한두 달 배워보고 정 발전될 기미가 없으면 깨끗이 접을 생각인데, 화실 선생님도 문화센터 강사님과 똑같은 말을 한다.

미술을 하게 되면서 느끼는 성취감, 행복함이 크다는 것, 시작했으니 계속할 수 있게 도와주겠다는 것. 꾸준히만 하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사기를 북돋워준다.

첫날 수업. 나는 이전에 아무것도 배운 것이 없는 것처럼 시작하고 싶었다. 먼저 배운 것이 있다고 대충 진도를 넘어가기 싫기 때문이다.

선생님도 처음 미술을 배운다고 생각하고 가르치겠다고 했다.

선 그리기만 한 타임 할 줄 알았더니 지루할까 봐 그러는지 몇 가지를 더 그렸다.

연필과 종이만 갖고 그림을 그리는데도 재미있는 것이 신기하다.

색칠만 시작하면 망쳐버리는 수채화 실력을 극복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첫날, 여전히 재미와 자신감을 잃지않은 채 첫 수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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