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에서 만난 사람들

병실 생활 기록

by 세온

<첫날 월요일>

간단한 인사. 내일 수술임을 밝힌 정도로 나를 소개했다.

4인실인데 세 명 입원. 함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소음으로 들린다.

문 앞 침대에도 새 환자가 들어와서 네 침대가 다 찼다. 밤중에 문 앞 침대에서 부스럭댄다고 남편이 한 마디 한다. 나중에 알고보니 샴푸 병을 떨어뜨려 흘려서 그것을 닦느라고 그랬다고 미안해 하더란다.


<둘쨋날 화요일>

아침 식사 후 금식. 오후 1시 반에 호출 받고 수술실로 향했다. 왼쪽어깨 부분 마취 시작. 수면으로 의사선생님 대면 인사 없이 잠에 빠졌다.

익숙한 의사선생님 목소리 듣고 깨었다가 재수면 조치. 수술이 거의 끝날 때쯤 다시 잠에서 깸.

수술 마무리하는데 수술실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서 안심이 되었다.

팔은 마취가 되어서 느낌이 전혀 없었고, ㄴ자로 구부리고 있는 느낌이 강해서 내려다봤더니 팔이 바닥에 눕혀져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마 기억은 마취 당시의 느낌 그대로 정지되었던 모양이다.

병실로 돌아오니 입이 바짝바짝 말라 물 적신 거즈 조각을 연신 물고 있었다.

수술 후 이틀은 같이 있겠다고 불편한 보호자 침대에서 자던 남편이 다리에 쥐가 나서 한참 불편함을 겪었다. 간병하기에 너무 나이가 들었나보다.


<수요일>

마취가 풀리면 아플거라고 했는데 생각보다 통증을 못 느낌.

주렁주렁 달린 링거액, 무통 주사, 진통제 주사 줄을 달고 화장실 다니기가 불편하다.

왼팔 수술, 오른 손 주사 바늘로 식사할 때 젓가락질이 어려워 포크를 부탁했다.

옆자리 할머니의 이야기를 재미나게 들음. 살아온 이야기가 끝이 없지만 뻔한 TV 뉴스 보는 것 보다는 재미있다.


<목요일>

먼저 있던 한 사람이 퇴원하고 아래층 병실에 있던 사람이 건너편 침대로 이사를 왔다.

손이 불편해서 세끼를 같이 먹느라 남편이 아침 7시쯤 와서 저녁 6시쯤 집으로 간다. 지켜보던 건너편 아주머니가 금실이 좋다고 한다. 그녀는 나보다 한살 위인데, 30대에 일찍 혼자 되어 두 아이를 훌륭하게 키워낸 씩씩한 어머니다.


<금요일>

할머니의 살아온 이야기는 계속 된다. 사실 나도 할머니 나이다. 나보다 7살 위인데 뭔가 세대 차이를 느낄만큼 생각에 차이를 보인다.

말로만 듣던 고부간의 갈등. 내용을 상세히 소개할 수는 없지만, 시어머니로서 하노라고 했는데, 그에 부합하여 처신을 하지 못하는 며느리에 대한 불만을 쏟아낸다. 양쪽 이야기를 다 들어보야야 하겠지만, '이혼을 하든지, 내가 사준 집이니 그 집에서 나가든지 하라.'는 대목에서는 며느리 입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아들은 이혼을 택했단다.

<토요일>

인공관절 수술로 20일 정도 입원하신 할머니는 퇴원하셨다.

문 앞 침대 아주머니는 여주 부근에서 오래 근무하셨다고 하더니 방문객이 끊이지 않아 우리와 비교되었다.

딸과 시동생네는 입원하기 전에 집에서 보았고, 친정 식구들은 대구와 통영이라 수술 후 늦게 알렸다.

토요일 1시 반 이후~일요일은 면회도 안 되는 곳이다. 딸이 병원에 오려는 것을 말렸다. 남편도 잠시 고민하더니 병원에 갇혀 지내겠다고 2박 준비를 해왔다.


처음 병실에 올 때만 해도 서먹서먹하다고 할까, 익숙한 담당 의사선생님 외에는 모두 어색하고 불편한 사이였다.

개인 병원 치고는 내과가 같이 있고 입원실도 넉넉한 규모의 의원인데, 며칠 지내다보니 자주 보게 되는 간호사는 물론 청소 담당 아주머니까지 얼굴을 익히고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정이 든다.

청소 담당 아주머니도 이 병원의 다른 의사선생님께 두 다리를 수술했단다.

이런 저런 사연을 들으며 더 친숙한 느낌이 들었을까, 옆 병실까지 진출해서 그 쪽 환자들하고도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나와 같이 왼팔에 보조기를 달고 어깨에 아이스팩 주머니를 얹은 이와, 예전에 골프장 배관일을 했다는 여장부 할머니다.

달리 할 일도 없고, TV는 재미없고, 사람 사는 이야기가 휠씬 재미있다. 덤으로 서로 간식을 나눠 먹으며 병세가 호전되는 지 관심도 가져준다.

설 연휴가 다가와 나는 월요일에 퇴원하기로 했지만, 계속 남아있겠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집에 가면 혼자인 사람은 본인이 움직여 식사 준비를 해야하는데, 여기는 음식도 나오고, 계속 치료를 받고싶어서 더 있어야겠다고 한다. 개인 병원이라 연휴 동안은 해마다 문을 닫는다고 하는데, 올해는 환자들이 좀 있어서 연휴에도 입원실은 운영한다고 한다.

대학 병원에 몇 번 입원한 적은 있지만, 개인 병원은 처음이다. 게다가 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아서 그런 걸까. 정형외과지만 중증 환자가 없어서 움직이거나 먹는 일이 덜 어려워서 인지.

다쳐서 속상해하면서 들어온 병원이지만, 동병상련이랄까, 서로 위로하고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면서 지루하지 않게 지낼 수 있어서 좋았다.

8일 간의 병원에서 만난 사람들과 지냈던 시간을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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