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에 한 번씩 스케일링을 하러 정기적으로 치과를 방문한다.
"특별히 불편한 데는 없나요?"
의사의 통상적인 질문에 통상적인 대답으로'네~' 하고서는 얼마 전 이가 시큰했다가 지금은 괜찮다고 말했더니 엑스레이를 찍어보잔다.
처음 치과를 방문한 것이 첫 임지에 발령 나고 얼마 안 되었던 20대 때의 일이다.
나도 옛날 사람이라 어릴 때는 소금으로 이를 닦았고, 그것도 열심히 닦지 않았다. 3,3,3이 무엇인가(하루 세 번, 식사 후 3분 이내, 3분 동안 이 닦기) 모르고 살았고, 치과에 아예 가 본 기억이 안 난다.
잇몸에 염증이 생겨서 갔는지 자세히 기억은 나지 않으나, 치료는 금방 끝났다.
"어릴 때 오징어 별로 안 씹으셨나 봐요."
무슨 말인가 했더니 유치가 있단다. 그것도 아랫니 양쪽에 하나씩 두 개란다. 영구치만큼 오래 사용 못하니, 나중에 그 이는 빼야 한다고 했다.
충치도 없이 건강한 편이었는데, 아이 낳고부터 충치가 생기기 시작해서 아말감으로 치아를 때우고, 금으로 씌우고 하다가, 드디어는 유치를 빼게 된 것이 30년도 더 전의 일이다.
이를 빼면 양쪽으로 브릿지를 걸어서 가운데 인공이를 지탱해야 하니 입만 벌리면 아랫니 여섯 개가 금빛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바람에 활짝 웃으면서 사진도 못 찍었다. 사진으로 보니 얼마나 촌스럽게 빛이 나던지. 그러다가 10여 년 전쯤 자연이와 같은 색으로 모조리 갈아 치웠다.
그런데 브릿지 한 것을 빼고, 임플란트로 가운데 이를 박아 넣으라는 것이다. 65세 이상은 평생 2개까지 보험이 된다는 말에 결국 넘어갔다.
임플란트 수술 첫날, 항생제 및 몇 가지 약을 미리 약국에서 처방받아 1회분을 먼저 먹고, 수술대에 올랐다.
마취제 주사를 두 대 맞고 잠시 기다린 후 얼얼해진 잇몸과 얼굴을 느끼며 수술을 했다. 브릿지 한 것을 떼어내고 나사를 박느라, 찌이직, 씨이잉 소리가 귀에 거슬렸지만, 스케일링할 때보다 오히려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한 시간쯤 걸린다고 했는데, 시간이 금방 가서 빨리 끝난 줄 알았더니, 제시간에 끝난 모양이다. 지루할 틈이 없어서 그런 생각이 들었나 보다.
문제는 끝나고 주의사항을 들을 때였다.
1. 이틀은 침을 뱉지 말고 수술부위에 절대 혀 대지 않기.
2. 수술 후 이틀 간은 5분 간격으로 냉찜질.
3. 일주일간 과격한 운동, 음주, 흡연, 빨대 사용, 사우나 절대 금지. 간단한 샤워만 가능.
4. 수술 부위 양치는 실밥 뺄 때까지 금지.
5.12시간 정도는 유동식만 먹기.
6. 수술 부위가 오른쪽이니까, 왼쪽으로만 씹도록 한다.(앞으로 두 달 예정)
제일 어려운 일이 5분마다 찜질하는 일이었다. 서너 번 대어 보다가 포기했다. 아마 얼굴에 통증이 심하고, 부을까 봐 그런 모양인데, 저녁은 간단하게 두유에 오트밀 가루를 타 마시고 그대로 자 버리는 바람에 그냥 무시되었다. 마취가 덜 풀린 탓인지 눈이 내려 깔리고 얼굴이 무거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산에 다녀와서, 블로그와 브런치에 글 쓰느라고 월요일까지 피곤했던 탓도 있었을 것이다. 밤 12시를 넘기기 예사라, 하루 5,6시간만 자던 올빼미형 인간이 10시간 넘게 숙면을 하고, 아침에도 겨우 눈을 떴다.
씹는 것도 신경 쓰기 싫어 닭죽을 한 솥 끓였다. 씹는 일이 부담되니까 간식도 안 하게 된다. 하루 사이에 1kg이 빠졌다. 다이어트로는 좋지만, 이렇게 빠진 몸무게는 금방 회복이 되어 버린다. 그래도 빠진 게 유지되었으면 좋겠다.
한쪽으로만 씹는 일을, 양쪽을 다 해야 하니까 넉넉잡아 넉 달 동안 해야 한다. 왼쪽으로 자주 씹는 습관이 있는 것 같아 오른쪽부터 수술했는데, 잘 지켜야겠다.
임플란트는 제2의 영구치로 인정이 된다고 한다. 넉 달을 잘 견디면 자연 치아처럼 사용할 수 있다니, 현대 의학 기술의 혜택을 또 한 번 받게 되었다. 돋보기 없이는 휴대폰도 제대로 못 보던 눈이 노안수술로 편해졌는데, 임플란트까지 하면 불편한 부분이 또 하나 해소되려나 보다.
긴 시간이 문제이나, 앞으로 내 수명이 얼마나 될지 모르지만 몇십 년은 더 쓸 것이니 그 정도는 참을 수 있다.
원더우먼이나 슈퍼맨 영화가 유행할 때만 해도 내가 이런 도움을 받을 줄 상상도 못 했다. 눈에는 렌즈가, 이에는 나사로 붙인 인공이를 가진 나를 보고 후세 사람들이 뭐라고 할지 모르겠다. 하기야 의족, 의수, 인공 심장 박동기까지 나오는 세상 아닌가.
내 이가 새로 고침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