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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새 May 17. 2022

천년의 숲 상림을 걷다

함양 상림 숲

 토요일 바래봉 갔다가 지리산 자연휴양림에서 숙박을 했다. 이튿아침,  시간 거리인 함양 상림을 다녀왔다.

 상림은 총 21ha나 되는 넓은 숲이다. 갈참, 졸참, 개서어, 개암나무 등 활엽수를 비롯하여 다양한 수종의 나무가 2만여 그루나 살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림으로 전형적인 온대 남부 낙엽활엽수림으로 잘 보존되어 그 가치를 인정받아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154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상림의 유래는 신라 진성여왕(887~897) 때 최치원 선생이 태수로 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함양을 가로지르며 흐르는 강물(위천천)에 홍수가 빈번하자 물길을 읍성 바깥으로 돌리고 제방을 쌓은 다음에 둑 옆에 나무를 심어서 가꾸었다고 한다.

 처음엔 대관림으로 불렀는데, 나중에 가운데 부분이 유실되어 상, 하림으로 나누어졌고, 본래의 모습이 잘 유지된 상림의 이름을 따서 지금까지 상림으로 불리고 있다고 한다.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과, 창의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문제 해결을 잘하신 최치원 선생 덕분에 오늘날의 우리도 아름다운 상림의 혜택을 받고 있다. 참 고마운 분이다.
 상림을 오랜만에 다시 갔다그전에는 8월에 갔었는데, 계절이 달라서 그런지 더 쾌적하고, 숲이 더 가깝게 느껴졌다연꽃이 많이 피었을 때 갔는데, 연 잎이 이제 조금씩 나오고 있으니까 아직 멀었다. 예전에는 연꽃 단지가 꽤 컸던 것 같은데, 연지만 남기고 모두 보리와 꽃을 심었다. 아마 연근 수확하는 일이 꽤 힘들다고 하더니 그래서 규모를 줄인 건 아닌가 싶다
 안내판에 8경(명소), 8품(특산물), 8미(맛집)에 대한 소개도 있었다. 8미 중에서 특히 산채 정식을 먹어보고 싶다. 오대산 선재길 갔다가 점심으로 산채 정식을 맛있게 먹은 적 있는데, 지리산 산나물로 만든 산채 정식도 꽤 괜찮을 것 같다.  

 집을 의인화한 작품이 재미있다. 작품명은 '타워맨'이다.

 다래 터널과 머루 터널이 있었는데, 우리는 다래 터널로 들어간다. 

 초입에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모형 동물들을 만들어 놓았다. 사슴을 찍어 보았는데 실물인지 모형인지 잘 구별이 안 간다.      

 때죽나무 꽃이 지는 중인가 보다. 나무보다 바닥에 꽃잎이 더 많은 것 같다.

 느티나무도 천년이 넘었을 것 같다. 이 숲의 별명이 '천년의 숲'이라고 한다.

 연리지가 있었다. 태어날 때는 서로 다른 나무였지만, 자라면서 한 나무가 되어 살아가는 연리지는 연인의 사랑과 부부의 금슬을 상징한다.  천년을 내려온 개서어나무와 느티나무의 사랑은 앞으로 천년도 끄떡없어 보인다.

 연꽃 단지 연지에 연꽃은 아직 없고 노랑꽃창포가 예쁘게 피어 우리를 맞이한다. 각각의 이름표가 붙어있는 여러 종류의 연은 잎을 열심히 키운 다음 뙤약볕이 강해지는 여름이 되면 아름다운 연꽃을 피워 올리게 되겠지.                                      

 연지 옆에는 꽤 넓은 보리밭이 조성되어 있었다. 누렇게 익어가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초록 보리밭은 여러 번 구경을 갔었는데, 누런 보리밭 여행은 처음이다.

 꽃양귀비가 색감을 보탠다.                         

 학창 시절에 단체로 보리밭을 밟는 봉사 활동을 한 적이 있는데, 보리는 밟아주어야 더 잘 큰다고 학교 단체로 나가서 밟았던 기억이 난다. 남쪽 지방이라 이모작을 많이 하여 그때만 해도 시골에 보리밭이 많았다.

 그 보리밭에 반갑지 않은 손님이 깜부기였다. 깜부기는 자라는 곡식 알갱이에 까맣게 곰팡이가 피는 것을 말하는데, 그 깜부기를 먹었다는 이야기도 인터넷에 찾아보니까 있다. 먹으면 건강에 안 좋을 것 같은데. 깜부기로 눈썹을 까맣게 칠하는 장난을 치기도 했다고 한다.

 사진 속에 까맣게 된 이삭이 바로 깜부기다.

 사람이 다니는 길 쪽으로 큰 나무들이 쏟아질 듯이 넘어왔다. 자연히 그늘이 만들어져서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날에도 쾌적하게 걸을 수 있을 것 같다.

 꽃으로 만든 꽃 모양이 예쁘다. 조경을 위해 애쓰고 있는 모양이다.

 꽃양귀비도 많이 심어놓았다. 빨간 꽃양귀비의 색감이 매혹적이다. 


 꽃양귀비가 매혹적이라면 분홍 안개꽃 밭은 사랑스러운 색감이다.

 때죽나무 꽃이 아직 피어있어서 찍어보았다.

 개서어나무는 열매나 수피가 서어나무를 많이 닮았다. 잎은 훨씬 큰 것 같다. 상림에 오래된 개서어나무가 꽤 많이 있었다.

 층층나무 꽃도 지고 있었다. 곧 열매를 소복이 달겠지. 가을이 되면 열매가 까맣게 익게 된다.

 연밭이 있었다. 다 없앤 줄 알았는데 반가웠다. 예전보다 규모가 많이 줄었다.

 물레방아는 연암 박지원 선생과 연관이 있다. 1780년 선생이 중국(당시 청나라)에 사신의 일행으로 갔는데, 그곳의 문물을 듣고 보고 쓴 '열하일기'를 통해 물레방아가 우리나라에 소개되었다. 그 후 선생이 함양 현감으로 부임하여 우리나라 최초의 물레방아를 용추 계곡 입구 안심마을에 만들었다고 한다.

 숲으로 들어간다. 오래된 듯한 느티나무 가지가 특이한 모양이다.

  속이 비었는데도 잎이 있는 걸 보니 살아있는 나무다.

 숲을 가까이 느끼며 걷는다.

 역사인물 공원에는 상림을 만든 고운 최치원 선생을 비롯하여 점필재 김종직 선생, 일두 정여창 선생, 연암 박지원 선생 등 역사책에서 볼 수 있던 이름들도 볼 수 있었다. 그 외 함양과 관련된 역사 인물들의 흉상, 공적비 등이 역사공원에 자리하고 있었다.

 하늘의 구름이 아주 커다란 붓으로 색칠한 것처럼 멋지게 그려졌다. 자연은 그냥도 아름답지만, 가끔 이렇게 선물 같은 명장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함화루는 원래 함양 읍성의 남문이었는데, 이곳으로 옮겨왔다고 한다.

  위천천의 모습은 천 년 전과는 조금은 달라졌을까.

 9월이면 화려하게 상림을 장식할 꽃무릇이 크고 있었다.

 역사책에서 보던 척화비도 보았다.                 

 숲은 아름다운 풍경과 맑고 깨끗한 공기를  우리에게 선사한다. 숲이 가진 공기 정화 능력, 홍수 조절 등의 효과뿐이 아니라 실제로 비염, 천식, 알레르기 등에도 효과가 있으며 면역력을 키우고, 스트레스도 감소시켜 준다고 한다. 숲을 찾아 걷기를 즐기는 우리는 숲의 치유력을 믿고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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