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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담봉 옥순봉 6월 산행

구담봉과 옥순봉

by 세온

구담봉은 마치 커다란 거북이 한 마리가 절벽을 기어오르고 있는 형상으로 물속의 바위에 거북 무늬가 있다고 하여 구담이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또한 희고 푸른빛을 띤 바위들이 힘차게 솟아 마치 대나무 싹과 같다고 하여 옥순봉이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단양군 홈페이지 참고>

단양팔경에 속하는 구담봉과 옥순봉은 국가지정 문화재인 한국의 자연유산 명승으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다.

두 봉우리는 거의 가까이 위치해 있어 당일에 두 곳을 함께 산행할 수 있다. 구담봉이 330m, 옥순봉이 282m 밖에 안 되는 높이이지만, 그렇게 손쉬운 산은 아니다. 특히 구담봉은 오르락 내리락이 심하며 계단도 많아 옥순봉보다 좀 더 주의를 해야 한다.

2017년에 가족여행으로 장회나루에서 유람선을 타고 충주호를 한 바퀴 돌아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 배 위에서 볼 때는 하도 아득해서 그곳을 오를 수 있으리라 생각을 하지 못했다.

아침 일찍 출발하는 편인 우리가 제천시 수산면 계란리에 위치한 옥순봉 구담봉 주차장에 도착한 때는 아침 8시 20분경이었다. 주차장에 주차한 차가 이미 몇 대나 있었으니 우리보다 더 부지런한 사람들이 많은가 보다. 사실 여름에는 좀 빨리 움직여서 덜 더울 때 산행을 마무리하는 것이 좋다.

주차장에서 바로 계단을 올라가면 편안한 임도가 시작된다.

6월 어느 산이나 그렇듯 초록이 가득하다. 숲으로 들어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처음에는 약간 서늘하기까지 하여 바람막이 점퍼를 입고 가다가 나중에 벗었다.

으름덩굴이 곳곳에 보였다. 꽃이 4-5월에 핀다는데, 꽃은 볼 수 없었고 열매 맺은 것도 찾을 수가 없었다.

계단을 올라가면 드디어 등산로다운 길을 만난다.

옥순봉과 구담봉으로 갈라지는 곳이 삼거리다. 여기서 옥순봉만 갈 사람들은 왼쪽으로 가면 된다. 나이가 지긋한 시니어 등산객들이 꽤 많았는데, 아마 그 사람들은 옥순봉만 다녀오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

우리도 시니어 산행팀이긴 하지만, 구담봉과 옥순봉을 둘 다 가기로 계획을 세웠기 때문에 먼저 오른쪽으로 향한다.

이곳에서 구담봉까지 0.6km를 가서 되돌아와야 한다. 그다음 옥순봉을 다녀오면 총 5.8km의 산행을 하는 셈이다.

산을 오를수록 조망이 보답을 한다. 높이 올라가 발아래 산을 바라보는 것. 그 즐거움 때문에 산을 오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멋진 풍경을 만나기 위해서는 험한 길도 올라가야 한다. 바위 가운데에 나무가 죽은 줄 알았더니 푸른 잎을 달고 있었다. 살아있는 나무다.

구담봉 정상 부근의 바위들이 눈에 들어온다. 한 방향으로 나 있는 줄무늬가 지질 활동의 흔적인 듯하다.

계단을 내려갔다가 다시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계단 높이가 높지 않아서 생각보다 걷기에 편했다.

바위가 모두 한 덩어리인 게 특색이었다. 조각조각 갈라지는 내변산 바위와 비교가 되었다.

정상까지 다시 올라가는 계단이 아득해 보였지만 그리 어렵지 않았다. 계단이 없었다면 언감생심 구담봉 등산을 꿈이나 꿀 수 있었을까 싶다.

높이 올라가니 충주호와 장회나루가 눈에 들어온다. 가족여행으로 유람선을 타기 위해 찾았던 곳이다. 미국에서 갖 돌아온 딸과, 그곳에서 태어나 자라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아직은 어색했던 손녀와 친해지려고 마련한 여행이었다. 그 아이가 지금 초등학교 3학년이다.

계단이 없으면 올라갈 수 없을 정도로 경사가 매우 급하다. 계단 구간이 꽤 긴 편이었다.

구담봉의 높이 겨우 330m. 하지만 아슬아슬하고, 재미있고, 풍광 또한 아름다운 멋진 산행이었다. 실제 정상은 더 위에 있지만 안전상의 이유로 약간 아래쪽에 정상석을 설치한 것 같다.

정상에서 충주호가 보인다. 방금 출발했는지 유람선이 유유히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한참을 구경하다가 돌아나왔다.

발아래 숲이다. 날개가 있다면 날아서 그 숲에 살포시 내려앉고싶은 생각이 들었다. 숲속을 걷는 것도 좋지만, 숲 위에 서 있는 것도 힐링의 순간이다.

계단 중간의 쉼터에 쉬지 않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내려갈 때는 별로 힘든 줄 몰랐는데, 우리도 되올라올 때는 힘들어서 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삼거리에는 벌써 사람들이 많이 쉬고 있었다. 일부는 구담봉으로 일부는 옥순봉으로 걸음을 할 것이다.

우리는 옥순봉으로 간다. 구담봉 등산로에 비해서 쉬운 편이다.

구담봉 갈 때도 0.4km 전에 이정목이 있었다. 옥순봉도 0.4km 전에 이정목이 있어서 정다운 느낌이었다.

이곳의 바위는 꽤 넓은 편이었다. 그늘이 없어서 오르막에는 더워서 힘들었다.

나무는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 최선을 다한다. 흙이 거의 없는 척박한 바위 위에서도 귀한 삶을 지탱해 나간다.

옥순봉은 구담봉보다 조금 낮은 286m 높이다.

정상에서 보이는 멋진 풍경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길이 보이는데, 위험해서 출입금지를 한 모양이다.

옥순봉 정상에서 왼쪽으로 100m만 더 가면 전망대가 있다. 옥순대교와 출렁다리가 보이는 곳이다.

등산로에 겉으로 드러난 나무뿌리가 얽히고설켜있다. 뿌리는 자신의 몸을 지탱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중이리라. 걷기에 편한 길은 아니어서 조심조심 걸음을 옮겼다.

경사가 있는 등산로에서는 계단이 반갑다.

삼거리는 이미 만원이었다. 그곳에서 쉬기 힘들까 봐 우리는 미리 적당한 장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삼거리는 바로 지나쳐 내려왔다.

주차장에 관광버스가 꽉 찼다. 6월인데도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찾았다. 꽤 인기 있는 산행지인가 보다. 푸른 숲길을 걷고, 깍아지른 듯한 기암 절벽의 조망을 즐기고, 시원한 청풍호를 바라보면서 발 아래 숲을 감상하는 동안 더위는 싹 잊어버린 느낌이었다.

구담봉 옥순봉 산행 총 5.7km, 3시간 50분의 시간이 운동 앱에 기록되었다. (2022. 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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