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온새 Mar 22. 2022

매화를 만나러

순천 선암사와 광양 청매실농원 매화 봄꽃 여행

 조계산은 순천만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 유산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조계산에는 신라시대에 창건했다고 하는 선암사가 있다. 우리가 행선지를 선암사로 잡은 이유는 바로 그 선암사의 매화를 보러 가려고 한 것이다.

 서울서 순천까지는 거리가 꽤 멀어서 쉽게 여행 계획을 잡기 힘든 곳이다. 어쨌든 순천까지 가기 위해 새벽 5시에 집을 나섰다. 도착하니 9시. 아직 탐방객은 많이 보이지 않았다. 도립공원이라 그런지 주차장이 꽤 넓다. 입장료는 1인당 3000원. 주차비는 없다.

 넓은 도로를 따라 20분 정도 걸어가면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인 승선교를 만난다. 아치가 아름다운 승선교 사이로 보이는 강선루를 카메라에 담고 선암사 경내로 향한다. 물론 매화를 찾아서다.

 조계산 산행 가는 길에 선암사 매화를 보러 간 때가 3월 5일이었다. 위의 글은 그 때 블로그에 올린 글의 시작이다. 내심 큰 기대를 하고 갔지만 매화가 꽃몽오리만 잔뜩 있는 걸 보고는 사실 많이 서운했었다. 그래서 2주 후 3월 19일 다시 가 보기로 한 것이다. 광양 청매실 농원 매화 보러 가는 길에.

 아직 피크는 아니었다. 하지만 섭섭지 않게 만개한 매화도 만나고, 특히 천연기념물 선암매 백매화가 정말 예쁘게 피어서 기분이 좋았다. 탐방객이 꽤 많았는데, 아마 다음 주쯤 만개하게 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지 않을까 싶다.

 꽃이 만개하는 시기가 짧아서, 사람 많이 몰리는 걸 싫어하는 편이지만, 꽃 보러 다니는 여행 때는 어쩔 수가 없다. 사람 많아도 예쁜 꽃은 꼭 봐야겠으니까.

 집안에도 꽃을 키우고, 아파트 화단에도 꽃이 많은데, 왜 멀리까지 꽃 보러 다니는지... 우리뿐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꽃 찾아 여행 다닌다. 그저 꽃을 보러 다니는 건 아닐 것 같다. 좋은 사람들과, 아름다운 장소에서, 멋진 추억을 쌓는 것을 원해서가 아닐까. 선암사 입장료가 1인  3,000원인데, 이걸 두 번이나 내고도 아깝지 않은 이유도 그런 것이다. 전에 봤는데도 다시 가는 우리가 내세우는 또 하나의 이유는 그 감동을 다시 느끼고 싶은 것이다.

 2주 지났지만 풍경은 별로 변화가 없었지만 주차장의 매화는 이미 활짝 어서 우리를 반겨 맞아주었다. 산행은 하지 않기로 해서 가벼운 배낭 하나만 준비하고 입구에서 일주문까지 열심히 걸었다.

 절 마당에 들어서니 매화 한 그루가 먼저 활짝 핀 채 우리를 맞이한다. 각황전으로 가 보니 입구의 홍매화는 이제 시작인가 보다. 빛깔이 옅은 편이다. 담장 옆의 분홍색 매화들은 그래도 활짝 피어서 다행이었다. 담장 뒤편에는 백매화가 많이 피었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 멀리서 한 컷 찍어보았다.

 선암사 매화는 특별히 선암매라는 이름이 붙어있는데,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제 488호로 지정되어있다고 한다. 바로 각황전 옆에 있는 홍매화와 원통전 뒤편의 백매화인데, 원통전 뒤의 선암매(백매화)는 만개 수준이었다.

 담 안 쪽에서 찍은 모습이다.

 각황전 입구 현판에는 무우전이라고 씌어 있는데, 각황전은 바로 그 무우전 뒤에 있는 전각이라고 한다. 사람들을 따라 우리도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아가는 항상 예쁘다. 사랑스러운 아가의 모습이 따사로운 봄의 매화가 핀 뜰을 더욱 빛나게 하는 것 같다.

 



 다음날. 봄이면 제일 먼저 피는 꽃, 매화. 그 꽃을 보러 우리는 광양으로 갔다. 광양시  다압면 홍쌍리 청매실 농원이다.
 코로나 19로 광양 매화축제가 취소되었지만, 매화들 끼리의 꽃 피는 축제는 취소된 게 아니다. 피크를 만났다.

 매화 마을을 여러번 갔다. 서울에서 워낙 멀어서 매년 찾지는 못했지만, 봄이 시작되면 근질근질 매화 여행 티켓을 챙기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코로나 초기에 얼마나 긴장하고 살았던가. 처음엔 사람 많이 모이는 곳엔 얼씬도 안 했는데. 2년간 뉴스나 다른 사람이 올린 여행기에 대리만족만 했는데, 블로그 여행기를 올리기 시작하면서 이번 봄엔  꼭 다압마을 가자고 졸랐다. 봄 하면 매화니까~

 매화와 함께 봄을 노랗게 드는 산수유 여행은 매화 마을 여행을 끝내고 서울 올라가는 길에 잠시 들렀다 가는 여행지였다. 그런데 올해는 마음 먹고 산수유 마을을 먼저 방문했다. 
 노란 봄물이 잔뜩 든 채 이미 행복해진 마음으로 두근거리며 다압마을을 찾았다.
 숙소인 백운산 휴양림 출발이 아침 6시 반. 같은 광양이지만 ㄷ자 형태로 돌아가느라고 1시간 걸렸다.남편이 재촉하는 이유를 가서야 알았다. 7시 반인데도 얼마나 사람이 많던지. 자리 없을까봐 섬진강가 주차장에 주차하자는데도 계속 차를 끌고 올라가더니, 마침 정말 부지런해서 새벽같이 구경을 끝내고 나가는 차가 있어서 무사히 주차를 다.
 해가 그제야 떠오르면서 동쪽 산은 실루엣처럼 검게 보인다. 사진 찍는 듯한 사람 그림자가 멋지다, 그곳으로 올라가면서 매화들과 만난다. 곳곳에 가족과 지인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의 행복이 쌓인다.

 산 위에 올라가면 청매실 농원이 하얀 매화 속에 파묻힌 것처럼 보인다. 마치 눈 온 것처럼. 올해는 색이 좀 다르다. 2년 동안 못 본 사이에 확실히 컬러풀해졌다.

 매화는 늘 똑같다. 배반을 하지 않는다. 팝콘처럼 터트린 아름다운 매화 송이를 잔뜩 품은 매화 가지 사이로 요리조리 살피는 동안 마음 속은 하얀 색 행복에 빠진다. 웨딩드레스 색이 대부분 하얀색이라 그런지 그 시절의 행복 색깔로 느껴진다.

 사실은 매화 꽃 색깔이 백색만 있는 건 아니다. 연한 분홍도 있고, 홍매화는 이름처럼 붉은 빛이다. 거기에 우리나라 토종 식물 히어리와, 군데군데 심어놓은 생강나무와, 산수유 몇 그루의 연한 노랑이 합쳐져 한 쪽편 산을 화려하게 물들여 놓았다.  

 홍쌍리 명인은 우리나라 최초의 식품 명인이다. 시아버지 김오권님의 뒤를 이어 농군이 된 그녀는 이제 80대에 들어서는 나이인데도 아직 건강하다.

 처음에는 밤나무와 매실 나무를 같이 심었던 것을, 1990년대부터 밤나무를 베어내고 매실나무로 통일하였는데, 매실연구가의 길로 들어선 기로였다. 명인으로 성공하였을 뿐이 아니라 마을을 먹여살리는 훌륭한 인물이 된 것이다. 안흥 찐빵의 심순녀 할머니나, 구례 산동면의 산동성 산수유 처녀처럼. 광양 섬진강변 뿐이 아니라 건너편 하동까지 하얗게 눈 온 듯한 풍경을 만들고, 마을 사람들을 먹여살리는  일을 하신 그분이 오래 건강하게 일하실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농원 가운데 녹색 숲이 있다. 남쪽 지방이라 겨울에도 푸른빛을 잃지 않는 대숲이다. 심쿵 한마음으로 대숲에 다가서 본다. 녹색은 언제나 생명의 색이다.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을 촬영한 곳이라고 한다.

 때가 피크인 만큼 손님들이 많다. 모델을 동반하고 온 사진작가들의 출사가 있는 모양이다. 멋진 뷰 포인트에는 여러 명의 사진작가들과 모델들을 볼 수 있었다. 차마 직접은 찍지 못하고 슬쩍 멀리서 그들의 감각을 담아 몇 장 찍어 보았다.
 정자, 초가집, 기와집,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바위조차도 매화와 어울려 한 폭의 그림을 만들어 낸다.
가슴 아픈 오세암 이야기의 조형물도 매화 꽃 속에 그 자리 그대로다.  
 하늘도 예쁘고, 풍경도 예쁘고. 한참을 그냥 보고만 있어도 좋은 그곳에 우리도 하나가 된다.

 난 이런 사진이 좋다. 작가님들 눈에는 엉성하게만 보이겠지만 아름다운 풍경만 있는 것보다는 그 속에 사람들이 있는 것이 좋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이야기를 갖고 있지 않은가. 저 매화 숲속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행복한 이야깃거리 하나씩 나누고 있을 것 같아서 보기만 해도 행복해진다.

 사람이 많은 곳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우리는 산행도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이나 시간대를 피하려고 애쓴다. 하지만 여기는 사람이 많아도 워낙 넓어서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청매실 농원은 45만 평 (약 1.5㎢)의 넓이에 십만 그루가 넘는 매화나무가 심어져 있다고 한다. 건물이 많이 몰려있는 중심 지역에서 벗어나 높은 곳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한적한 곳도 많다. 정말 매화꽃도 실컷 보고 매화 향기에 듬뿍 취할 수 있는 아름다운 곳이다. 광양 매화마을 꽃 잔치에 우리는 그렇게 폭 빠졌다.

그 아름다움에  취하려 내년이 되면 또 광양 매화마을에 발걸음을 할 지 모르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산수유 여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