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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명지 Aug 03. 2023

실행되지 않은 날들

                                                  Camino Aragones 일몰(산돌)


연명지


두 겹의 슬픔을 입고 잠수를 했다는 

잠수사의 말에서 찢어진 숨비 소리가 길게 새어나왔다.


소혹성으로 옮겨갔다는 소문을 끌고 나타난 빈 입술들, 빈 말들을 쏟아내며 부풀어 간다. 궁금증을 들여다본 얼굴과 회피한 얼굴의 차이를 선별했다.


아프다는 말, 그건 살아있는 사람의 것.


숨어있었던 날들이 팽목항에서 팽하고 돌아앉는다. 실행되지 못하는 이름들 노란 깃발로 전환되는 저녁 쉬쉬거리는 귀가 펄럭인다.


타인의 상처에 소금을 바르는 입술들, 세상 모든 귀에 찢어진 눈을 단다. 사계절 내내 계절이 엇갈리는 곳, 팔리지 않는 역사가 매순간 탄생하는 곳.


안녕하세요가 촬영되는 봄밤, 실행되지 않은 이름에 대해 의문을 가져야 하는 각오의 눈가가 짓무르는 밤.


세상에 장식을 단 슬픔은 없어

그러니까, 그 눈으로 그 귀로 기웃거리지 말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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