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들의 꿈이 적출당한
군도가 부스러기처럼 떠 있는 자바섬
후타 다소라 불리던 위안소들이 *스마랑 시내에 그물처럼 퍼져 있었어
큰 눈을 감으면
통증이 깊어지는 저녁
붉은 꽃잎들 몸 밖으로 흘러넘쳤어
어린 소녀의 하얀 팔뚝에 무수히 피어나던 양귀비꽃
감각 없는 허벅지를 쓸고 가는 무거운 손가락들
군화들 거친 숨소리 핏물을 밟으며 돌아가는 새벽
새 한 마리 높게 달린 작은 채광창으로
젖은 눈을 깜박이며 날아가곤 했어
구름은 항구의 울음을 묻어주었지
참혹으로부터 바람은 붉게 젖었지
목마른 손톱들이 위험하게 빛날 때
어린 목소리는 분홍의 보호색을 부르며
적막한 눈을 다시 감았어
* 스마랑 항구: 인도네시아 자바섬의 요충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