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꽃처럼 노란 아이가
어그부츠만 남겨두고 사라졌다
데메테르* 여신이 봄을 풀어내는 계절이면, 너는
어그부츠 속에 들어가 바이올렛 꽃망울을 피워 올리고
보무라지처럼 소스락거리며 이명으로 오겠지
달팽이관을 장악하던 첼로 소리
언 사과처럼 심장을 통과하는 너는
응달이 아니라 어그부츠가 작아진 것
바다 어디엔가 네 발을 두고 온 것이다
이제 무반주 연주는 그만하자
봄의 절반은 눈물이란다
어린 왕자가 소혹성에 커튼을 치는 10시, 너는
별비가 되어 어그부츠의 쪽문을 열고 들어와
잠은 잘 자느냐고 묻지
새벽이 해를 떨구고 가는 아침이면
심장을 옮겨와 어그부츠를 뒤지고 털어본다
언제 다시 오겠다는 쪽지 한 장 없이
희붐하게 날이 밝아온다
* 데메테르: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곡식의 여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