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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명지 Mar 30. 2024

사이



오동과 나무 가지 속으로 

악보 없는 울음들이 강을 건너고 있다 


오동나무에는 꽃 지는 이별들이 숨어있고

손을 놓고 돌아서면 또 한 번의 봄이

보랏빛 조문을 한다

지는 꽃 받는 그늘은

오동나무의 검은 위로다


물관이 깊은 나무의 뿌리가 부푸는

유령의 달에는

누군가의 담장이 무너져 내린다

사이와 사이는 아무리 닦아도

먼지처럼 틈이 낀다


삼베옷을 입은 오동나무와

봄의 사이엔 불가능한 통증이 있다


오동의 이파리는

스틱스 강처럼 푸르게 출렁인다

이미 모르는 사이처럼

가만히 그림자가 되어주고

검은 리본을 떼듯

봄은 무심하게 상한다


눈의 얼룩지는 곳

검은 연기가 찰랑이고

세상의 모든 사이로 카론의 배 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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