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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명지 Oct 27. 2023

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고 물었다

(2023년 경북일보 청송객주문학대전 장려상 수상작)

           <최옥선 사진작가의 사진>


머리맡에 오래된 이름이 드나드는

낡은 필름을 두고 잤다

꿈은 바늘 끝처럼 날카롭다 


지나간 말을 부려놓은 곳에

잠그지 못한 울음들이 엉켜 있다


오래된 붓을 담그면 물방울들이 길을 연다

그 아득한 풍경에 닿아있는 숨 

혼자 숨어 핀 꽃들의 자리에 바다의 심장이 있다

물속에 핀 꽃들이 노랗게 울렁거린다


어떤 봄은 용기를 내서 울어야 사용할 수 있다


가라앉은 손들이 울컥 게워 놓은 

슬픔마저 빠져나간 깊이를 알 수 없는 눈빛들

껴안았던 날들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미안하다는 말이 돌아오는 봄

기일에 만난 우리들 말 속으로 끼어드는

 두고 와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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