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경북일보 청송객주문학대전 장려상 수상작)
<최옥선 사진작가의 사진>
머리맡에 오래된 이름이 드나드는
낡은 필름을 두고 잤다
꿈은 바늘 끝처럼 날카롭다
지나간 말을 부려놓은 곳에
잠그지 못한 울음들이 엉켜 있다
오래된 붓을 담그면 물방울들이 길을 연다
그 아득한 풍경에 닿아있는 숨
혼자 숨어 핀 꽃들의 자리에 바다의 심장이 있다
물속에 핀 꽃들이 노랗게 울렁거린다
어떤 봄은 용기를 내서 울어야 사용할 수 있다
가라앉은 손들이 울컥 게워 놓은
슬픔마저 빠져나간 깊이를 알 수 없는 눈빛들
껴안았던 날들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미안하다는 말이 돌아오는 봄
기일에 만난 우리들 말 속으로 끼어드는
두고 와서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