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고비사막에 사는 비술나무 할아버지는 가지를 구부리고 산다
생각도 구부리면 다른 사람을 찌르는 일이 없을 거라고 자주 중얼거린다
양은 냄비처럼 끓는 사람을 만나면 한 걸음 비켜서서 가만히 숨 쉬라고 한다. 뜨거운 말들이 다 떠나고 고요해질 때까지, 내면의 음성을 들을 때까지
건조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비술나무는 야생 낙타의 숨소리를 엮어
수백 미터 물기를 찾아 뿌리를 뻗는다
모래바람에 묻혀도 기어이 몸을 일으키는 비술나무
잎의 면적을 줄이고 세포 밀도를 높여 단단하게 자란다
한때 신의 긴 모호함이 견딜 수 없어서 비술나무 할아버지처럼 몸을 작게 웅크리고 단단해지기를 기다려봤다
너무 오래 방목되어 시큰거리는 시간은 들꽃마냥 시들다가도 봄이 오면 싱싱하게 가슴을 열고 나와 다른 방법을 묻는다
저기 봄을 업고 가는 어미들.
슬퍼하는 것도 능력이라고 말을 삼키는, 구부러진 가지가 한 자쯤 더 내려앉는다
(경기작가 2024.제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