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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출나무

(시현실 2025 봄호)

by 연명지 Mar 11. 2025
브런치 글 이미지 1

              -사진:최옥선 사진작가


발목 위로 빗물이 차오르는 칠월


넘치는 슬픔이 버거워 하늘에서 폭우가 쏟아진다

다리 밑에 서서 강으로 뛰어드는 빗줄기를 바라본다

빗소리를 피해 새들이 다리 밑으로 날아들고

비와 우산 사이는 멀기만 하다


어디서부터 걸어온 청년일까


판교역까지 가는데 우산 같이 쓰고 가실래요

고맙다는 말을 들고 우산속으로 뛰어들었다


닿기 힘든 사람을 만나면 닿고 싶은 먼 사람을 생각하게 된다


바람을 품은 비는 강하게 흩어지며 달라붙고 

청년의 한쪽 어깨가 흠뻑 젖는다


우산 안으로 드나드는 폭우 속에서

운중천 길이 참 예쁘다며 웃는 소리를 빗소리가 훔치고 있다


편의점 앞에서 손을 흔들며 청년을 보내고

스스로 지워진 아득한 얼굴이 생각나 들썩이는 파도처럼 울컥,

비의 어깨에 의지해 들키지 않은, 고맙다는 말이 빗소리에 묻어 간다


잠깐 지나가는 폭우 속에서 마법 우산을 들고 

눈빛으로, 넘치는 그리움이 다녀갔다


눈 맑은 청년이 돌아서 간 칠월이었다


가끔은 파란 하늘을 향해 삿대질도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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