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우리의 첫사랑은 비단 사람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

영화감상평-6

by 스몰유니버스

첫사랑


갈민휘 감독의 영화 ‘첫사랑’을 봤다.

에센띡 채널에 삽입되어 있던 영상이 끌려 보고 싶었는데 우연히 왓챠에 있어 바로 봤다.

영화의 시작은 굉장히 혼란스럽다. 이게 영화인가, 다큐인가 아니면 아트필름인가 굉장히 보는 사람을 혼란스럽게 한다. 20분 간 감독이 스토리를 어떻게 떠올리는지, 그리고 그 시놉을 구체화해보며 이건 어떻고 저건 저렇고 생각을 한다. 이 작업은 보통 시나리오를 쓰기 전 감독 혼자의 몫이지만 이 영화에선 그 과정을 관객에게 보여준다. 처음엔 별로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제작이 왕가위라던데 정신없지만 끝내주는 미장센을 보니 역시는 역시인가 싶다.

장정 20분이라는 러닝타임이 지나서야 드디어 금성무와 이유유의 첫 번째 에피소드가 시작된다.

이유유는 몽유병 환자, 금성무는 청소부다. (더러운 청소복과 꾀죄죄한 벙거지를 쓰고 있어도 금성무는 세상에서 제일 잘생기게 나온다.)

둘은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만나 홍콩을 돌아다닌다. 구룡을 가기도 하고 같이 저녁을 먹기도 하는데 이유유가 잠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금성무를 만나고 싶어하는 그 날, 첫 사랑은 시작되었다.

눈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그런 첫사랑.

감독은 몽유병 환자를 통해 첫사랑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금성무 또한 이유유를 좋아하게 된다. 근데 좀 성급했지. 무작정 결혼식을 올리는데 신부가 없다. 적어도 신부한테는 결혼식장을 알려줬어야지.

사실 첫사랑이 실패하는 이유 중 가장 큰 요인은 어리숙함이다. 마음만 앞서 상대방 생각을 못한 채 나만 생각하게 되고 앞서가게 되고 결국 둘의 타이밍은 엇갈린다. 첫 사랑이 실패한 것이다. 사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모두가 처음부터 사랑을 잘 할 수는 없으니까.

첫 사랑의 실패는 그저 우리에게 평생 겪어보지 못한 ‘아련함’ 과 ‘후회’ 를 남겨주고 떠날 뿐이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감독인 갈민휘와 막문위가 주인공이다. 왕가위 제작 아니랄까봐 중경삼림과 타락천사랑 구성이 비슷하다. 둘의 첫 사랑 이야기는 좀 더 무겁다. 금성무와 이유유가 정말 “첫”사랑에 초첨을 맞췄다면 이 둘은 첫”사랑”에 초첨을 맞춘 느낌.

결혼까지 하려고 했던 둘은 왜 갑자기 헤어진걸까. 갈민휘가 결혼식날 갑자기 떠난 이유는 뭘까?

압박감? 결혼에 대한 책임회피? 사실 그러기엔 이미 아내와 아이까지 있다. 그럼 대체 왜 갑자기 사랑하는 여자를 떠난걸까

갑자기 떠났다는 죄책감 때문인지 왜인지 갈민휘는 계속 악몽에 시달리며 그야말로 “두 다리 뻗고 편히 못잔다”. 그러다가 결국 가게로 막문위가 찾아온다.

처음엔 나도 갈민휘 생각대로 막문위가 복수심을 품고 굉장히 증오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가면 갈수록 막문위가 너무 안쓰러웠다.

자신이 준 반지를 끼고 있는 첫사랑의 와이프를 볼 때 마다 무슨 생각이였을까.

갈민휘 눈으로 보던 분노에 찬 막문위의 눈이 점점 슬퍼지는 걸 봤을 때 비로소 깨달았다. 그녀에겐 그저 헤어지는 시간이 필요했을 뿐.

갈민휘는 갑자기 떠나고 혼자 마음을 정리했지만 막문위는 10년 전 결혼식장에서부터 갈민휘와의 이별을 하지 못하고 있던 것이다. 그렇게 다시 갈민휘를 눈 앞에 보게 되고서야 천천히 이별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둘의 첫사랑은 비로소 끝이 났다.


첫 사랑은 누구에게나 특별하다. 그게 인생의 처음이여서 그런 것도 있고 사랑이여서 그런 것도 있겠지.

첫 사랑은 설레기도 하지만 서투르고 항상 미안하다. 그래서 항상 후회하지만 또 아름다운 추억으로 포장된다.

갈민휘도 이 영화를 첫 사랑이라고 표현했다. 처음 찍어보는 영화에 무서움도 크고 도망치고 싶었겠지 하지만 언제나 설레고 두근거려 차마 떠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를 보면 아쉽고 엉성했던 부분이 많아 후회도 많이 될 것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처음이니까…

첫 사랑

홍콩에 가야 할 이유가 또 하나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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