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상평 9
맨하튼 살인사건
일단 이 말부터 해야겠다. ‘우디 앨런’은 영화를 잘 만든다. 영화가 시작되고 10분 만에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처음 본 우디 앨런의 영화는 ‘미드나잇 인 파리’ 였는데, 길지 않은 러닝타임으로 딱 간결하고 깔끔하지만 낭만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그 안의 유명인들과 파리의 거리들 그리고 음악들은 덤.
이 영화는 미드나잇 인 파리 처럼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영화라고는 말할 수 없다. 같은 러닝타임이지만 대사량 차이가 어마어마하다. 정말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말하는 영화다. 정적이 흐르는 시간도 별로 없다. 특별한 것 없이 정말 대사 하나로 극 전체를 끌고가는 플롯이랄까.
그런데도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 대사들에 내가 들어가있는 기분을 주기 때문이다. 마치 영화를 보는 게 아니라 투명인간이 되어서 혹은 주인공이 되어서 떠들고 있는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랄까.
왜 영화나 드라마들의 대사들은 관객들이 듣기 쉬우라고, 집중도를 위해서 한마디한마디 번갈아가면서 하는데, 이 영화에서는 그런 친절함은 찾아볼 수 없다. 들으려면 듣고 말라면 말아라.
주인공 4명이 살인사건의 진상을 알아내기 위해 새벽 1시에 뉴저지 식당에서 떠들 때 듣고 있던 옆 테이블의 손님들과 웨이터들이 된 기분이다.
나는 쿨 한 사람이 아니다. 모던하거나 세련됨, 도회적과는 거리가 아주 멀지. 그래서 그런지 고전적인게 참 좋다. 90년대 뉴욕을 표현한 영화들은 많지만 이 영화 속의 뉴욕은 너무나도 매력적으로 그려진다. 미드나잇 인 파리가 파리의 풍경을 대놓고 자랑했다면 이 영화는 뉴욕은 일절 뽐내지 않았어도 나로 하여금 뉴욕에 가고 싶게 만들었다. 주인공들과 너무 잘 어울리는 느낌. 절대 잠들지 않는 도시, 뉴욕.
권태기가 찾아온 부부에게 필요한 건 무엇일까? 열정적인 사랑? 일상의 변화?
사실 잘 모르겠지만 이 부부에게 찾아온 건 옆집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정말 터무니없는 일로 시작된 말꼬리 하나가 꼬리에 꼬리를 물어 시작된 변화들. 참 인생은 그런 건가 싶더라.
=>권태로운 일상에서 마주친 우연한 살인사건이 불러온 끝없는 수다의 향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