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것을 모두 말해보아요.
버킷리스트(bucket list)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이나 이루고 싶은 소망의 목록.
'Kick the bucket(죽다)'에서 유래한 표현으로, 중세 시대 자살 방식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여러분의 버킷리스트에는 몇 개의 소망이 담겨 있나요?
약 10년 전쯤, 어떤 사람이 회사를 그만두고 버킷리스트 100개를 달성하기 위해 떠난 여정을 담은 책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매일 아침 ‘할 일 목록(To Do List)’을 만들고 하나씩 지워나가며 일하는 저 같은 성취주의자에게 버킷리스트는 삶 전체를 위한 ‘To Do List’처럼 느껴졌습니다.
당시 저는 제게 자주 이런 질문을 던지고 있었습니다.
‘앞으로 나는 무엇을 하고 살고 싶은가?’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관련 브런치 글: 당신의 행복순간은 몇 가지인가요?)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쉽게 찾을 수 없던 시기였기에, 나만의 버킷리스트를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처음에는 쉬울 줄 알았습니다. 빈 종이에 1번부터 써 내려갔지만, 12번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더는 떠오르지 않았죠.
그 순간, 충격이 밀려왔습니다.
‘죽기 전에 하고 싶은 게 겨우 12개라니?’
왜 더 채울 수 없을까 고민하다가 두 가지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첫 번째, 하고 싶은 일에 스스로 한계를 두고 있었다는 것.
예를 들어, ‘영어 실력으로 해외에서 일할 수 있을까?’ 같은 의문이나
‘가족과 떨어져 지낼 수 있을까?’ 하는 현실적인 걱정들이 하고 싶은 일의 확장을 막고 있었던 겁니다.
두 번째, 평소에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는 것.
이 사실이 가장 충격적이었습니다.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목표를 세울 수 있고,
목표가 생기면 방법을 고민하게 되고,
고민하다 보면 시도하게 되고,
시도하다 보면 언젠가 도달하게 되지 않을까요?
이런 생각으로 버킷리스트를 표로 만들어 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틈틈이 항목을 추가했고, 몇 달 동안 34개까지 채울 수 있었습니다.
아직도 많지는 않지만, 12개보다는 훨씬 나아졌죠.
예를 들어, 저는 ‘감나무가 있는 집에 살기’라는 소망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가을마다 주황빛 감을 감상하고, 긴 장대로 감을 따서 홍시로 만들어서 먹고, 나머지는 하얗게 분이 나는 수제곶감을 만들어 좋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모습이 바로 제가 꿈꾸는 노후의 웰빙이 아닐까 싶습니다.
작성한 해에 바로 이룰 수 있었던 것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알함브라 궁전 가보기’는 스페인 패키지여행으로,
‘한국적인 상차림으로 홈파티하기’는 신선로와 구절판을 만들어보고, 친구들과 모듬전 파티를 하면서 이뤄냈습니다.
‘영어로 외국인 대상 교육 진행하기’ 같은 항목은 당장 실행은 어렵지만,
교육 프로그램에 영어 스크립트를 추가해 연습하고 기회를 기다리며 가능성을 키워갔습니다.
그러다 바쁜 일상 속에서 버킷리스트 점검은 점점 잊혀졌습니다.
너무 비현실적인 목록이었을까요? 아니면 실행력 부족이었을까요?
금방 성취할 수 없는 항목이 많다 보니 조급해졌고, 오히려 멘탈에 독이 되는 듯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3년쯤 지난 2017년. 컴퓨터 폴더를 정리하다가 잊고 지낸 버킷리스트 파일을 열어보았습니다.
놀랍게도, 불가능할 거라 여겼던 몇 가지가 이뤄져 있었습니다!
그 나라는 뜻밖에도 아프리카 탄자니아였습니다.
2016년, 회사의 사회공헌 프로그램 일환으로 3개월간 현지에서 봉사활동을 하게 되었거든요.
생각해 보면, 버킷리스트에 적혀 있었기에 용기를 내어 그 전날 결심하여 밤새 지원서를 쓸 수 있었고, 마감 직전 제출할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주최 직원에게 전해 듣기로 지원에세이에 있던 영어는 완벽하지 않았지만, 제 열정이 느껴졌다는 이유로 제가 선발되었다고 합니다.
한국인 직원으로서 최초였고, 그 이후 지원자가 없던 한국 뿐 아니라 일본 지원자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다녀온 분들도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3개월 체류 기간에, 킬리만자로 약학대학의 MBA 과정에서 동아프리카 지역 제약업계인을 대상으로 강의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이 경험은 제가 버킷리스트에 적은 항목이라 용기를 내서 성사된 일이었습니다.
해당 봉사활동으로 회사 홍보팀의 요청으로 신문과 인터뷰도 하게 되었습니다.
"아프리카 가짜약 선별능력 구축, 작은 희망 심고 싶었다" - 머니투데이
물론 아직 이루지 못한 것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크루즈 여행에서 남편과 스포츠댄스 추기’입니다.
저는 이제 스포츠댄스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우리 남편은 20년째 ‘함께 스포츠댄스 배우기’를 단호히 거절 중이라 이 꿈은 여전히 미완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그리고 꾸준히 제 버킷리스트는 업데이트되고 있습니다.
하고 싶은 일과 삶의 방향을 정리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저는 믿습니다.
지금처럼 하나씩 실행해나간다면,
나의 소망 중 많은 것들이 결국 현실이 될 거라고요.
자, 여러분의 버킷리스트에는 어떤 소망이 담겨 있나요?
그 일이 ‘가능할지’는 지금 중요하지 않습니다.
당신의 마음속 소망을, 지금 한번 공유해 보지 않으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