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다녀갔다.

Dec 2024 - 이완희 여사님의 인생 스토리

by Song Gidae

이번에 드디어 엄마가 호주에 왔다.


언제쯤 준비가 될지 모르지만 한번쯤은 모셔야 될텐데, 우리에게 너무 부담스럽진 않을까, 좋은 시간을 못보내지 않을까, 등등 여러가지 걱정에 미뤄왔던 일이다. 그러다가 몇달 전 누나와 통화를 하던 중 누나가 말하길 최근에 엄마가 한 두달에 한번정도 아픈데 그냥 잠깐 아픈게 아니라 엄청 심하게 아프다고.


내년에 70세가 되는 엄마는 아무래도 내가 기억하는 예전의 엄마보다는 조금 더 나이가 들었나보다 라는 생각이 들었고, 어쩌면, 어쩌면 우리에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전에 법륜스님이 오셔서 즉문즉설을 해주셨는데, 타지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아무래도 한국에 계신 부모님에 대한 마음이 매한가지였나보다. 많은 사람들이 효도에 대한 얘기로 주제를 삼았고 그 답변중에 하나가 이랬다.


“우리는 우리의 자식을 키우는 게 우리의 의무고 사실 부모님에 대한 효도는 하면 좋은 것이지만 않한다고 한들 위법이 아니기 때문에 도의적인 행동이다. 효도를 하고 싶다면 그 걸 내가 해 드리는 걸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내 죄책감을 덜기 위해서 하는 행동인 거라고.


처음에는 말이 조금 이상하게 들렸지만 몇번을 곱씹어 생각 해 보니 이해가 됬다. 그래서 내 죄책감을 위해서라도 가능하면 빠른 시일내에 엄마를 모셔와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의도를 전하려 연락을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설레하고 또 기대하는 엄마의 모습이 신기하기도 했다.


시기를 보던 중에 이사를 가는 기간에 맞춰 마침 비는 방이 생기게 되었고 예전에 비해서는 경제적으로 조금 여유가 생긴 상황이니 나쁘지 않은 타이밍인 것 같았다. 어차피 엄마는 일을 하거나 딱히 고정적은 스케쥴이 있는 건 아니니 우리가 시간을 조정해서 최대한 일을 적게 해도 되는 날로 골라서 열흘정도 시간을 냈다.


시간을 정해서 알려주니 이번에는 제제가 문제였다. 어릴 적 함께 살때는 집에 키우던 개들이 있었기 때문에 몰랐는데 사실 엄마는 동물을 무척이나 무서워 하는 사람이었다. 우리집에 제제와 콩이가 함께 살고 있다는 걸 알더니 너무 많이 걱정을 하는 것이었다. 한참을 통화 한 끝에 설득(?)을 끝내고 오기로 했다. 물론 그것때매 안올 수도 있을 거라고는 생각 안했지만 하나하나가 쉽지 않은 시작인 것 같아서 조금 걱정이 되었던 건 사실이다.


그리고 걱정반 설렘반으로 기다리던 시간이 지나가고 드디어 엄마가 도착하는 날 공항에 마중을 나갔다. 난생 처음으로 혼자서 해외 여행을 하는 엄마는 파파고앱으로 겨우겨우 길을 찾고 게이트를 찾아서 잘 도착을 했다고는 하는데 작은 공항에서 도착하면 얼마지나지 않아서 나오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엄마는 거의 한시간을 기다린 것 같다. 알고보니 화장품을 만드는 게 취미인 엄마가 우리를 만들어 주려고 가져온 재료중에 효소가 걸려서 짐을 다 꺼내야했다고 한다.


드디어 시작된 엄마의 방문은 생각보다 순탄했다.


가장 좋았던 기억은 혜진에게 양해를 구하고 둘이서만 같이 캠핑을 간 것. Yallingup이라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동네가 있는데 얼마전에 사륜구동 차를 사고 지붕에 텐트를 얹어서 이번에 엄마와 둘이 같이 갔다. 캠핑이 처음이라는 엄마와 3시간 반정도 걸리며 가는 길에 여러 곳을 들러 구경을 하며 참 많은 이야기들을 했다. 사실 너무 궁금했었다. 내가 아는 엄마는 내가 태어나고 나서도 한참이 지나고 난 뒤에 내가 의식적으로 살기 시작했을 때에나 기억하는 정도뿐이다. 과연 지금 내 나이의 엄마는 어떤 삶을 살았던 것일 까? 그 때 엄마는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아갔던 것일 까? 지금은 이혼을 한 아빠와는 어떻게 만났고 어디에서 살았고 엄마의 어린 시절은 어땟을까?


그리고 더 시간이 지나서 엄마가 기억하는 나의 어린 시절은 어떨까? 나는 애기 때 많이 우는 아이었을까 잠은 잘 잤던 아이인가 등등, 내가 알지 못하는, 엄마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시간들이 궁금했던 것 같다.


1박2일의 캠핑과 왕복 6시간의 거리를 운전하며 이런 저런 얘기들을 많이 들었다.


엄마가 어릴 적 열심히 공부를 했던 시절, 회사를 다녔던 때, 아빠를 만나게 된 사건, 아빠보다는 더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고 별이 빛나는 밤에를 통해서 만나는 약속을 잡았던 낭만이 가득했던 시간, 아빠의 끈질김에 체념을 했었다는 것, 결혼하기 일주일전에 소개팅을 했다는 비밀, 나는 어릴 적 어떤 아이였는지 참 많은 얘기를 했다. 운전을 하면서, 걸으면서 나눴던 대화들이 전부 다 내 기억에 남지는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그런 대화를 나눴던 기억이 남았고 그 순간에 엄마와 나누던 대화를 하는 모습이 내 기억에 남았다. 그리고 지금 생각해보면 사실 그 기억이 궁금했던 것만큼이나 엄마와 둘이서 여행을 하면서 그런 대화를 나누고 싶었던 것 같다.


캠핑을 다녀오고 매일매일 바닷가를 가고 산책을 가고 또 산에도 올라가서 노을도 보면서 하루하루 충실하게 보냈다. 꽉찬 만두속처럼 말이다. 그리고 엄마는 제제를 쓰다듬을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는 것도 참 신기하다. 다행히 제제가 엄마에게는 조금 더 얌전하게 했던 것 같다.


열흘의 시간은 역시나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흘러가버렸고, 어느새 공항에서 엄마를 배웅하고 나왔다. 꿈같은 시간은 지나갔고 단순히 죄책감을 덜어내기 위한 시간이 아니라 남은 인생에서 허락된다면 몇번이고 또 보내고 싶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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