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 2025
한국에 가기로 결정한 다음 집 정리에 박차를 가하며 주말내내 옮기고, 붙이고, 떼고, 칠하고를 반복해서 이제 몇가지만 마무리하면 팔 준비가 거의 다 되었다.
일에 대해서는 아침에 사무실에 가서 콜드콜을 하는 게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에 오후에 잠시 출근 할 생각을 갖고, 아침에 혜진이를 배웅한 뒤, 동네를 뛰고 야채쥬스를 만들어 먹고 동네 카페에 나온다. 남들이 일을 시작하는 시간에 나와서 돈은 안 벌면서(안 버는 것 같으면서) 카페에 앉아 책을 읽고, 글을 쓰는게 죄책감이 들고 불안한 마음이 나를 괜히 안절부절하게 만들지만, 문득 이게 내가 영위하고 싶은 라이프스타일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다른 방식이지만 이렇게도 또한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조금씩 배워가야한다. 글을 쓰고 책을 읽는 행위들이 단순히 시간을 떼우는 일이 아닌, 더 나은 나를 향한 성장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나는 다른 방법으로 퓨쳐셀프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어제 스윗스팟이라는 책을 읽으며 보았던 불안해 하지 않는 자신감이라는 게 이런 건가 싶다.
불안함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자면 어릴 적 생각이 난다.
지나고 나서 보니 운이 좋다, 혹은 어떤 어려움이 닥칠지 모르는 지금 상황에 대한 엄청난 합리화같이 느껴질 수 있다.
내 이십대 초반은 또래의 친구들과는 꽤나 달랐다. 전역을 하고나서 4년제 대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은 복학을 해서 나머지 기간을 채웠고 나와같이 전문대에 갔던 친구들은 빨리 졸업을 하곤 취직을 했다. 나는 회사가 아닌 인도로 향했고 그 이후로 이십대 후반까지 약 38개의 나라에서 일도하고 여행도 하며 열심히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가끔 한국에 돌아오면 만나는 소위 불알친구들이라고 부를 놈들은 역마살이 끼었다며 정신차리라고 핀잔을 주었고, 늘 편의점에서 컵라면에 김밥을 먹기가 일쑤였고, 단돈 10만원이 없어서 지인의 축의금은 3만5천원만 했을 때는 나 자신도 내가 너무 한심하게 느껴지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돌아다닌 덕에 나는 영어를 잘 할 수 있게 되었고 뛰어난 적응력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덕분에 호주에 와서 살게 될 결정을 하고 지금은 돈도 어느정도 모았고 비빌 언덕이라는 호주의 영주권도 갖게 되었다. 경제적으로만 보았을때 이십대 초반부터 꾸준하게 일을 해온 친구들과 비교해서 내가 훨씬 부족할까라고 생각해보면 다행히 호주 부동산 시장의 덕을 보아서 그것도 아닌 것 같다.
물론 지금은 그 당시보다 훨씬 더 나이가 들었지만 안정적이라고 느끼는 것에 집착해서 사는 게 때로 지나고 나서 봤을 때는 최선의 선택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미친짓같아 보이는 한국행은 실제로 미친짓은 맞겠지만 인생전체를 놓고 봤을 때 경제적 혹은 시간적인 손해라고 볼 수만은 없을 것 같다. 그리고 또 어쩌면 이 시간이 내가 원하는 퓨처셀프의 모습으로 나를 만들어 주는 과정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