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8번째, 워홀까지 하면 9번째 겨울이다. 호주의 겨울은 한국에서 겪는 손이 꽁꽁 얼고 몸에 너무 힘이 들어가서 집에 들어오면 움추렸던 몸이 아플정도의 겨울과는 거리가 멀다. 사람들은 낮에는 여전히 반팔 반바지를 입고 다니기도 하고, 햇볕은 여전히 뜨겁고 날카롭기도 하다. 그리고 하늘에 구멍이 뚫렸나 싶을 정도로 비가 쏟아지는 날들이 있어서 그런 날에 운전을 할때면 거북이 기어가듯 운전을 한다.
한국과는 시차가 한 시간 밖에 안되지만 대신에 남반구에 있기 때문에 계절이 완전히 반대다. 이 글을 쓰고 있는 3월말인 오늘은 40도까지 올라가는 늦여름으로 오전에 바닷가 근처에 있는 빵집에 가서 아침으로 먹을 빵과 음식, 커피를 사곤 해변을 따라 걸었는데 도그비치(Dog Beach)에는 행복한 개들이 가득했고 일요일 늦더위를 피해 나온 사람들로 가득가득했다. 3월이 이정도이니 아마 4월이 되서야 슬슬 에어컨을 틀지 않게 되기 시작하고 5월은 일교차가 왔다갔다 할거고 6월정도가 되면 겉옷을 들고다니기 시작하면서 온수매트를 꺼낼테고 7월이 되면 우산을 챙겨 겨울을 지내게 된다.
한국의 겨울이 너무도 춥고 겉옷이 무거워서 호주에 온 것도 작은 이유들 중 하나인데 호주의 겨울도 의외로 춥다는 게 9년을 맞이하는 내 생각이다. 간단하게 예를 들면 겨울에는 집 안에서도 패딩조끼를 입고 있다.
집에 돌아오면 후끈한 공기에 목을 덮고도 얼굴 반정도를 칭칭 감고있던 목도리를 집어던지고 뜨끈한 방바닥에 엉덩이를 붙이는 한국의 집과는 거리가 멀다. 요즘 지어지는 새 집들은 다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살았고 지금 살고 있는 집들은 집 안에 들어와서 히터를 틀어도 그 주변만 따듯해지는 정도의 집이다. 물론 전기세 생각 안하고 히터를 죄다 틀어 놓으면 다르겠지만 아마도 그 정도까지 감당할 자신은 없는 것 같다.
그런데 매년 이맘때쯤 더운 여름 막바지가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나도 더위에 지쳐 겨울을 그리워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싫어했던 한국의 추운 겨울조차 포장마차에서 먹는 어묵을 상상하며 짧은 기간은 견딜 수 있겠지 하고 상상을 하게 된다. 마치 한 여름 에어컨을 틀어놓고 이불 속에 들어있는 두꺼운 패딩 속 따듯함도 그립고 샤워를 하려고 옷을 벗어던지고 덜덜떨다가 들어가는 따듯한 샤워도 그립고 지금은 피우지 않지만 입김에 섞여 나오던 담배연기도 그립다. 호호 불어먹는 길거리 호떡이며 따듯한 커피, 찜질방은 또 어떤가, 날카롭게 콧속으로 밀려드러오는 차가운 공기는 내 몸을 관통한다.
문득 계절에 대해서 생각하다보니 내가 80세까지 산다고 가정했을 때 이제 약 마흔 세번의 겨울이 남아있는데 추워서 피하고 싫어하기 보다는 겨울에만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고 주어진 계절 안에서 소소한 행복들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생각해보면 코가 시리고 손이 시려서 동동거리던 그 순간이 그리워진다. 아마도 올해 12월에는 한국에 다녀와야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