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ust2025
책의 집어들었을 때 문득 아주 어렸을 적 기억이 생각이 났다. 중학생이었던 누나가 책을 보고 울고있던 기억. 나보다 여섯살이 많은 누나는 눈과 볼이 빨개져 울고 있었고 당시 초등학생이던 내가 왜 우냐고 물어봤을 때 책이 너무 슬퍼서라고 했던 짧은 조각기억이다.
20년은 족히 지난 지금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내가 책을 읽으며 슬퍼서 눈물이 날 감성이 남아있을까라고 생각을 했는데, 아직 책의 3분의 1도 읽지 않았는데 결국 사람들로 북적이는 카페에 앉아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그리고 건너편 의자에 앉아 영문을 모르는 혜진이에게 설명을 하면서 다시 한 번 눈물을 흘렸다.
책속의 제제(주인공)은 아직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아이로 가난한 집안에서 누나 두명과 형, 막내 동생 루이스와 함께 살아간다. 크리스마스를 맞이해서 모든 아이들이 그렇듯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고 싶어했지만 크리스마스 이브에 공짜로 선물을 나눠주는 곳에는 동생을 데리고 가다가 시간에 늦어버려 선물을 받지 못하고 또 그 날 저녁은 6개월째 일을 하지 못하고 있는 아버지와 그로 인한 가난함에 대화도 없이 겨우 빵과 커피만으로 해결하고 가족들 모두 슬퍼하는 저녁을 보내고만다.
그래도 여전히 선물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실낱같은 희망에 밖에 신발을 두고 잠에 들었지만 크리스마스인 다음날 아침에 텅빈 신발을 보며 아버지가 옆에 있는 줄도 모르고 홧김에 가난뱅이 아빠가 싫다며 소리를 지르는 실수를 저질러버린다. 아빠에게 심한 말을 해버렸다는 후회와 죄책감에 빠져 구두닦이 용품을 들곤 집을 나와 아침에 선물로 받은 장난감을 자랑하는 동네 친구들을 지나쳐 이곳 저곳 돌아다니며겨우 몇푼을 벌어 아빠를 위해 담배를 사와 선물로 주곤 품에 안겨 울어버리고만다.
슬픈 내용인 건 맞지만 내가 울어버리는 이유는 또 다른 어릴 적 기억때문이다.
분명 초등학교 저학년때였다, 당시에 우리 가족은 내가 새희누나네라고 기억하는 큰 정원이 있던 단독 주택의 2층에 세들어 살고 있었는데 어린나이에도 우리집이 여유롭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루는 다니던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바자회를 했는데 단돈 몇천원(혹은 1990년대 후반이었기에 아마도 몇백원)을 들고 운동장을 돌아다니며 한참을 고민해서 아빠를 위해 중고 정장 자켓을 한 벌 샀다. 지금 생각 해 보면 사이즈도 모르는 채로 샀으니 당연히 맞지도 않을 자켓을 들고 뿌듯한 마음에 집에 들고 갔지만 아빠와 엄마는 내 마음도 알아주지 않고 나에게 왜 이런 걸 사왔냐고 혼을 냈던 기억이다. 그리고 분명 책 속의 제제의 마음이 내게 느껴졋던 것이다.
문득 내가 살아 온 어린 시절의 내 모습이 제제를 통해 투영된다. 사물들과 대화를 하고, 어른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쳐 동물원에 놀러가기도 하는 어린 시절의 때묻지 않은 내 모습이 마치 내가 살아온 시간이 아닌 양 멀게만 느껴지지만, 사실은 그 당시의 하루하루가 다음날의 나를 만들고, 그렇게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가며 지금의 내가 되었다는 걸 생각하니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 내리는 결정들이 오히려 어렵지 않게 느껴지는 건 아마 지금까지 잘 살아 온 내 모습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가 아닐까.
얼마 전 한국을 다녀온 후, 혜진이와 하루에도 한 시간이 멀다 하고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만약이라는 전제로 이야기를 나누며 지게될 책임과 그 안에서 따라올 결정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또 한 편으로는 어떤 결정을 내리던지간에 그 앞은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 갈 일이 있고 그 일들을 제어할 수 없다는 것도 알기 때문에 대화가 쉽게 흘러가기도 한다.
뜸을 들이듯 시간을 들인다. 그리고 마음 속에서 여행 갈 준비를 하듯이 걱정 반 설렘 반으로 이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 해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