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다합

Nov 2025

by Song Gidae

퍼스를 떠나서 이집트에 온지 눈깜짝 할 새에 5일이 지나갔다. 딱히 스쿠바나 프리다이빙 강습을 받은 것도 아닌데 이곳 저곳 돌아다니고 쇼핑도 하고 수영하고 책을 읽다보니 조금씩 다합에서의 삶에 스며들고 있는중이다. 10년이 훌쩍넘은 이전 여행 때 왔던 다합과는 많이 변해버린 거리 모습에 처음에는 조금 실망을 하기도 했다. 과연 내가 다합에서 즐거웠던 것은 결국 사람이지 않을까? 과연 이번에도 그때 처럼 좋은 인연들을 만들 수 있을까? 결국 실망하고 좋았던 기억을 망치는 건 아닐까? 그 때는 스물다섯이었지만 이제는 서른일곱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들이 앞섰다.


그래서인지 게스트하우스를 정하는 데 조금 신중을 기했던 것 같다. 다른 게스트하우스들에 비해 사장님들 나이가 더 있고 숙박객들 나이대가 다양해 보이는 다행히 홍해네라는 게스트하우스에 자리를 잡았는데 너무 급하지 않게 사람들과 조금씩 알아가는 중이다. 정말이지 각각 한 명 한명이 다른 이유를 갖고 여행에대한 유니크한 계획과 스토리들이다. 호주를 떠날 때는 세상에 이런 결정을 하는 게 우리 뿐인양 걱정을 했었지만 이렇게 비슷한 결정을 내린 사람들 속에서 있다보니 그런 내 모습이 전혀 낯설지도 어색하지도 않다.


아침에는 요가를 하고, 뛰고, 간단한 맨몸운동을 한다. 커피를 한잔 하고 수영을가기도 하고 숙소에 있기도 하면서 중간중간 책을 읽어나간다. 이번 여행의 단 하나의 목표라고 하면 읽고쓰고이기에 다른 부가적인 활동들 속에 중심을 지키려고 한다. 마음 한 구석에 이렇게 생산적이지 않은 시간을 보내도 되나라는 생각에 문득문득 불안한 마음이 올라온다. 하지만 이 시간이 과연 어떤 길로 우리를 이끌지, 그 앞이 어떤 모습일지 모르고, 심지어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을지라도 결국은 지금보다 더 나은 길일테고 행복한 길일 것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하다.


원래는 이집트에서 한 달을 보내고 한국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아마도, 아마도이지만 유럽을 갈 생각도 하는 것 같다. 최근에 읽은 책의 영향도 있고 이 곳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대화속에서 지리적으로 가까운 유럽이 쉽게 갈만한 곳으로 느껴지고 실제로 비행기표도 매력적이다. 혹은 속으로 다합에서의 삶도 조금 생각을 해 본다. 베이커리를 해 보면 어떨까, 물건을 떼다 파는 건 또 어떨까 하면서 계획에 전혀 없던 미래를 그려보기도 한다. 가능성에 문을 열어두고 있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은 임사체험에 관한 책인데 이 책에서 나오고 추구하는 내용과 비슷한 결정을 내린 지금의 우리 모습에 뿌듯함을 느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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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진이가 다이빙을 하기로 결정하고 지금 첫 수업을 받고 있다. 나는 그 사이에 다이빙센터가 있는 호텔에 비치의자에 앉아서 책을 일고 잠도 자고 핸드폰도 보면서 가만히 시간을 보낸다. 오늘 아침에 조금 무리하게 뛰어서일까 콧물이 계속 나와서 훌쩍이가 되어버렸다. 아마도 감기가 아닐까 싶다. 이번주는 다이빙을 하고 다음주에는 산에도 오르고 관광상품을 좀 하면서 펀다이빙을 할 예정이고, 그 다음주부터는 프리다이빙을 시작 할 예정이다. 그리고 오늘 아침 혜진이가 얘기를 하자며 내 손을 붙잡고는 생각보다 좀 비싼 요가를 하고 싶다고 하길래 그러자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이렇게 다합 일정이 길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이빙센터에 오는 길에는 한국이 지금 춥다는 얘기를 하는데 이러다 내년 3월까지 다합에 베이스를 두고 여행을 다닐 것 같다는 어렴풋한 느낌도 든다. 어차피 정해놓은 것은 없는 시간이었고 흐름에 맡길 예정이었으니 그렇다고 크게 문제될 것도 없을 것 같다.


너무 많은 생각들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중이기도 하다. 오히려 명상하듯 생각을 덜 하고 먹는 것, 입는 것, 경험하는 것에 최선을 다해서 순간을 살려한다. 그리고 연금술사의 산티아고처럼 내 속에서 들려오는 마음에 조금 더 깊게 귀를 기울여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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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혜진이에 명상에 나도 참여하게 되었다. 아침 일출보고 요가를 하고 1리터 물을 쉬지 않고 마시고 감사한 것들과 어제의 나의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나면 어느덧 물에 들어가도 될 만한 날씨가 되어 수영복을 갈아입고 물에 들어가서 멍하니 떠있는다.


어느덧 다합 생활이 열흘을 넘어간다. 게스트 하우스 사람들과 친해지고 또 다합이 예전과 다르게 많이 바뀌어서 일까, 아니면 예전에는 사람들과 놀고 저녁을 만들어 먹느라 많이 돌아다니지 않았던 탓일까 예전에는 몰랐던 새로운 곳이 많이 생겨 하루하루 새로운 곳을 다니면서 커피를 마시고 밤 거리를 걷기도 한다.


혜진이는 어느새 예정에 없던 스쿠버다이빙 자격증을 땄고 그 김에 나도 함께 오랜만에 다이빙을 다녀왔다. 잊고있던 기억들이 되살아나면서 다시 한 번 이 현재의 삶에 감사를 느낀다. 그리고 이 시간이 길어지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현재의 생산성에 대한 불안이 수면위로 떠오른다. 예정에 있던 대로 요가를 하고 달리기를 하고 책을 읽지만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게 이상하다. 역시 책에서 읽는 것들응 수용하려고 노력하지만 내 삶에 적용할 때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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