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자기로 주인 된 삶 살아가기

by 아남 카라

자신에게 주인 된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하면 '내가 나의 주인인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라고 의아해하는 분들이 있다. 하지만 진정 자신의 주인으로 사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자신의 주인으로 산다는 것이 이해하기 쉽지 않은 명제지만 우리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이기에 일상 사례를 살펴보면서 이야기를 진전시켜 보자.

대학생인 B 씨는 요즘 불안증이 심해졌다. B 씨의 어머니는 성과지향적인 분으로 공부 잘해야 좋은 대학에 가고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릴 때부터 엄마의 공부 이야기를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온 B 씨는 나름 열심히 공부해서 명문대에 진학했다. 그런데 대학에 입학한 후로 B 씨는 자신에게 뭔가 문제가 생긴 것을 감지했다.


대학에 입학해서는 친구들과 MT도 가고 소개팅을 하면서 고등학교의 공부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싶지만 마음같이 되지 않는다. B 씨에게 또 다른 마음이 있는 것 같다. 공부를 하지 않으면 불안이 몰려온다. 공부해야 된다는 어머니의 말씀이 머릿속 목소리가 되어 시도 때도 없이 B 씨를 옥죄어 온다.


B 씨는 공부해서 성공해야 한다는 어머니의 생각을 내면화했다.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대학에서 일류 회사에 취직한 후 회사에서 임원이 돼야 한다는 어머니의 자본주의 성공신화가 이제 B 씨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 이런 사례에서 B 씨는 자신에게 주인 된 삶을 살고 있는가? 아님 자본주의 성공신화란 어머니의 생각에 종노릇 하고 있는가?


자신에게 주인 된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들은 우리 사회가 진리라고 당연시 여기는 도덕, 규범, 법률, 종교, 가치관, 사상, 문화, 이데올로기 등을 조심스럽게 들여다봐야 한다.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진리의 근원을 찾아 거꾸로 오르는 연어처럼 탐구에 나설 필요도 있다.


나의 삶을 형성하고 나의 가치관의 기반이 되는 이런 규범들이 최초에 어떤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졌는지 의도를 파악해 자신의 주인 된 삶을 방해하는 요인들을 과감히 버리는 게 필요하다. 오래전 누군가가 의도를 갖고 심어놓은 생각에 놀아난다면 우리가 코드에 의해 움직이는 인공지능과 다를 바가 없지 않은가?


우리는 각자 자신만의 가치관과 신념을 가지고 있다. 이런 가치관과 신념은 내면화되면서 우리의 모든 생각과 행동의 이정표가 된다. 그런데 이런 개인의 가치관과 신념 형성 과정에 국가 등 지배세력은 암암리에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국가의 지배원리에 반하는 행동들은 도덕과 규범을 통해 수치심과 죄책감을 느끼게 했고 법률을 통해 직접적인 처벌을 가해 왔다.


체계화된 교육과정은 국가의 지배원리를 개인에게 자연스럽게 주입시킨다. 의식화된 개인은 가장이 되어 가정교육이라는 큰 틀 속에서 자신의 의식화된 생각을 자녀에게 대물림한다. 조선시대의 성리학적 지배원리가 충효사상이다. 특히 효를 강조하는데 효는 충으로 연결된다. 왕은 모든 백성의 부모인 것이다. 부모에 대한 효의 강조는 결국 왕에게로의 충성으로 향하는 징검다리인 것이다.


자신의 생각을 한번 점검해 보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이 자신이 만든 생각인지 스스로 질문을 해보자? 자신의 생각 중에 80% 이상은 부모님 말씀, 선생님 말씀, 목사님 말씀, 저명인사의 생각 등을 자신이 신념으로 내면화한 것 아닌가? 물론 내가 옳다고 생각해서 스스로 받아들인 생각이라서 나의 생각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렇게 내면화된 가치관과 신념은 초자아의 형태로 자리 잡으면서 자신을 끊임없이 감시하고 처벌한다. 내가 가치관에 반하는 행동을 하면 일 초 이내에 초자아의 자기 처벌이 시작된다. 이런 자기 처벌은 마음 공간을 좁히면서 자신을 극도로 위축시킨다.


가치관과 신념의 형태로 자리 잡은 초자아가 자신에게 주인 노릇을 하는 것이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타인이 주입시킨 생각의 노예로 전락한 것이다. 이제 우리의 가치관과 신념을 이루고 있는 생각들을 하나하나 점검해 봐야 한다. 왜냐하면 이런 내면화된 생각들이 자신의 주인 됨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들이 나에게 주인 행세를 하면서 나를 평가하고 판단하고 처벌하고 있으니 말이다.


부지불식간에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에 의해 내면화된 생각을 하나하나 꺼내서 살펴보고 버릴 것은 버리고 정돈해서 자신만의 생각을 만들어야 한다. 자신만의 생각을 만들어야 나의 생각과 내가 하나가 될 수 있다. 그래야 내 생각이 나에게 주인 노릇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자신에게 주인 되기 위해서는 어떤 공부와 노력을 해야 할까? 현재 우리 사회의 지배적인 가치관에 영향을 주고 있는 유교, 불교, 기독교 등 종교 원리와 도덕, 규범, 법률 등의 국가 지배원리의 근원에 대한 탐구를 시작해 보면 좋을 듯하다.


이런 공부를 하다 보면 신성불가침의 가면 뒤로 본질의 민낯을 만나게 된다. 이때까지 꾸준히 전진해야 한다. 본질의 민낯을 만나면 우리는 기존의 사회적 규범을 수용할 것이지, 버릴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대안이 나올 때까지만 기존 규범을 수용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우리가 사회적 규범의 수용여부를 스스로 선택할 때 비로소 자신에게 주인으로서의 자격이 부여된다.


나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던 모든 규범들을 이런 방식으로 재검토해서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을 업데이트하자. 이제 주인 된 나로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다. 더 이상 누군가가 심어놓은 생각의 노예로 살지 말고 생각을 수용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자신에게 주인 된 삶을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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