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상승기에 사람들이 모이면 너도 나도 자신의 주식투자 성공에 대한 무용담을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유능하고 성공한 사람이라는 것을 주위 사람에게 은연중에 각인시키고 싶어 하는데 주식투자를 잘하면 유능하고 능력 있는 사람으로 인식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런데 이런 주식투자 성공 무용담은 주식시장이 얼어붙으면 자취를 감춰버린다.
자신이 주식투자로 얼마를 벌었는지는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면서도 주식실패로 얼마를 잃었는지는 함구한다. 하지만 일반 주식투자가의 90% 이상은 돈을 잃는다고 보면 된다. 그럼 일반들은 왜 주식시장에서 돈을 잃을까? 실력이 없어서일까, 정보가 없어서일까, 투자방법의 문제일까, 아니면 투자금이 부족해서일까?
일반인이 주식시장에서 돈을 잃는 것은 실력도 없고 정보도 없고 투자금도 부족하고 투자방법도 잘못된 총체적 문제다. 한 마디로 일반인이 주식시장에서 돈을 딸 확률은 강원랜드 카지노에 가서 파친코로 돈을 딸 확률보다 낮다.
일반투자자의 경쟁자는 기관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다. 유수의 대학의 MBA 과정에서 투자에 관한 공부를 한 경쟁자들은 주기적으로 투자 기업의 CEO와 CFO를 만나 투자 관련 고급 정보를 받는다. 또한 이들은 회사 애널리스트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투자업종의 미래 트렌드와 패러다임의 변화를 수시로 체크하고 필요하다면 동종 기관투자가들과 무언의 암묵적 동의를 통해 특정 업종과 분야에 투자를 집중시킨다.
아울러 이들은 자기 돈으로 투자하지 않는다. 투자 손실에 대한 직접적 고통에서 자유롭다. 자기 돈으로 투자를 하지 않기 때문에 심리적 부담 없이 게임하듯이 투자를 한다. 최악의 손실을 내도 회사에서 잘리지고 않고 투자 성과급을 안 받으면 그만이다.
이런 경쟁자와 싸워야 하는 일반투자자의 처지를 살펴보자. 주식시장이 상승하고 주변 지인들이 주식에 투자해서 돈을 벌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나만 뒤처지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주식투자를 다시 해봐야겠다고 생각한다. 서점에 가서 대박 수익률을 올려준다는 주식투자 책을 한 권 사서 주말에 읽어본다. 책을 읽다 보니 따라 하기만 하면 투자수익률을 올릴 수 있을 것 같은 생각도 든다.
지난 주식시장 상승기 끝물에 주식투자했다가 5천만 원의 투자 손실을 냈을 때 배우자에게 다시 주식투자하지 않겠다고 각서를 썼던 경험이 있어 배우자 모르게 연말 인센티브와 마이너스 대출로 5천만 원을 어렵게 마련했다. 투자금 5천만 원으로 이번에는 반드시 주식투자에 성공해서 과거의 손실금까지 만회하고 싶어 한다.
회사를 통해 투자 정보를 얻을 수 없기에 인터넷으로 관심종목을 서치하고 종목분석 기사를 찾아본다. 전설적인 투자 대가의 책을 한 권 읽으면서 투자에 대한 마인드와 확신을 얻어 본다.
일반투자자와 기관투자자의 현실 상황을 묘사해 보았다. 실전 투자의 장인 주식투자 링에 오르기 전의 객관적인 전력은 울돌목에서 133척의 일본 수군과 12척의 배로 맞선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을 떠오르게 한다. 이 전쟁에서 이순신 장군을 일본의 수군을 대파한다. 이순신 장군은 객관적인 절대 열세의 전투에서 어떻게 승리할 수 있었을까?
만약 이순신 장군이 133척의 일본 수군과 울돌목이 아닌 망망대해인 동해에서 맞붙었다면 전투 결과는 어땠을까? 전투 결과는 뻔하다. 이런 상황에서의 전투 결과는 100전 100패일 것이다. 일반인이 주식시장에서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투자의 링에 오르는 것은 이순신 장군이 12척의 배로 133척의 일본 수군과 망망대해에서 전투를 치르는 것과 같은 형국이다.
이런 연유로 지인들이 주식투자를 하겠다고 하면 말린다. 안 봐도 뻔하기 때문이다. 시장 상승기에 운이 좋아서 돈을 좀 벌면 자신이 주식투자에 실력이 있다고 생각하면서 투자금을 늘리다가 주식 하락기에 한방에 나락에 떨어질게 자명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야기를 해줘도 끝까지 주식투자를 해보겠다는 지인이 있으면 약간의 팁과 가이드를 준다.
이순신 장군의 승리 비결은 다양한 능력을 갖추었기에 가능하지만 그중에서 하나만 꼽으라면 이길 수 있는 곳에서만 싸웠다는 사실이다. 이순신 장군의 승리 비결과 위대함은 여기에서 나온다. 나도 이순신 장군의 승리 비결은 나의 평생의 투자 원칙으로 삼았다. 내가 이길 수 있는 상황이거나 내가 이길 수 있는 상황으로 만들어 놓고서야 실전투자란 링에 오른다. 이럴 때에만 승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일반투자자가 어떻게 기관투자자를 상대로 이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을까? 물론 쉽지도 않고 글을 통해서 자세히 설명하기도 어렵지만 여러 가지 사항 중에 이해 가능한 간단한 팁을 제시해 보기로 한다.
먼저 종목 선정을 할 때 자신이 현재 일하고 있는 분야의 주식이나 자신이 전공한 분야의 종목만을 고르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컴퓨터 공학과 정보보호를 전공했는데 투자한 주식 종목은 여기서 벗어난 적이 거의 없다.
주식투자에서 종목 선정이 중요한 이유는 주식투자를 잘하려면 매도 타임을 잘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잘 모르는 업종이나 분야의 주식을 내가 주도적으로 매도 타임을 잡기 어렵다. 신문에서 정보를 취득하거나 하염없이 흘러내릴 때는 이미 매도 타임 잡는 데에 실패한 것이다. 일반인은 기관투자가처럼 투자한 업체의 CFO나 CEO로부터 고급 정보를 얻을 수 없다.
따라서 내가 현재 종사하는 분야나 전공분야로 투자종목을 제한해야 한다. 이런 투자종목은 개인적으로 사업 활동을 파악할 수 있고 노력하면 투자 전망 예측도 가능하다. 자신이 해당 분야의 전문가이기 때문에 투자종목의 장기 비전, 업종 내 위치 변화, 영업활동 등의 파악이 가능하다.
기관의 애널리스트나 기관투자자 보다 한 발 앞설 수 있다는 자신감과 노력만이 이길 수 있는 곳에서만 싸운다는 이순신 장군의 승리 비결을 구현하는 방법이다. 주식투자에 대한 간단한 원칙을 만들어 보자.
1. 일반투자자는 주식투자에서 승리하기 어렵다.
2. 그럼에도 주식투자를 하고 싶다면 이길 수 있는 곳에서 만 싸운다.
3. 만약 이길 수 있는 곳을 확보하지 못했다면 주식투자를 하지 않는다.
4. 이길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는 자신이 주도적으로 매도 타임을 잡을 수 있는 종목에만 투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