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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남 카라 Oct 01. 2024

2. 토쟁이 유나와 분유 알레르기

  딸은 유나에게 모유 수유를 하고 싶어 했고 모유 수유가 잘 되기위해 애썼다. 그런데 유나가 30일이 지나면서 갑자기 모유를 토하기 시작했다. 유나는 특별한 이유도 없이 먹으면 토하고 배가 고프니 다시 먹고 토하기를 반복했다. 토한 후에는 온몸을 비틀며 머리를 엄마에게 박으면서 괴로워했다. 신생아는 하루에 보통 12번 수유를 해야 했기에, 유나는 먹은 모유를 토하면서 한 시간 힘들어한 후에 다시 모유 먹기를 반복했다. 배고파 울고, 먹고 토하고 또 울기를 고통스럽게 반복했다.


  모유를 먹고 토하면서 힘들어하는 유나를 지켜보는 딸과 가족들의 걱정과 근심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유나가 왜 토하는지 이유를 모르니 더 힘들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모유가 묽어서 토하는 신생아들이 종종 있다는 소아과 의사들의 의견이 보였다. 유나를 위해서 모유 수유를 최소 육 개월까지는 하려고 했지만 모유를 토하고 괴로워하는 유나를 더 이상 지켜보기가 힘들었던 딸은 소아과 의사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분유 수유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모유를 분유로 완전히 바꾸자 더 큰 문제가 생겼다.  분유로 바꾸고 나니 유나의 배앓이가 시작되면서 얼굴에 수포가 나면서 곰보처럼 변해 갔다. 유나의 새로운 비상상황에 딸은 어쩔 줄을 몰라 했고 가족들의 근심은 더욱 커져만 갔다. 분유를 끊고 모유로 바꾸고 싶어도 단유를 한 상태라 다시 모유 수유는 불가능했다. 그렇다고 분유 수유를 계속하자니 유나가 분유를 먹고 온몸을 비틀고 괴로워하는 것을 지켜보기도 힘이 들었다.


  할매는 유나의 분수토와 속앓이가 특정 분유의 영향일 수 있으니 분유를 바꿔보자고 했지만 딸은 분유를 바로 바꾸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소아과 의사나 맘 카페의 의견을 더 신뢰했다. 누구 말이 맞는지 알 수 없었던 상황에서 딸은 전문가들이 좋다고 추전하는 분유를 계속 고집하고 있었다.


  우리 사회는 가히 전문가 사회라 불릴만하다. 현대인들은 교육, 건강, 경제 등 삶의 중요한 영역에서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 수준을 뛰어넘어 전문가를 맹신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사람들은 전문가들에게 자신의 삶의 중요한 결정권과 주도권을 넘겨주고 허수아비 같은 삶을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소아과 전문의는 유나가 처한 개별적이고 특별한 상황을 잘 모른다. 단지 책이나 학교에서 배운 이론을 토대로 평균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평균에 부합하지 않는 사람은 현실에 존재하고 있고 당연히 유나도 평균에 부합하지 않는다. 딸은 현실적이지 않는 이런 평균적 방안을 진리라고 제시하는 소아과 전문의들로부터 유나 문제에 대한 결정권과 주도권을 찾아와야 한다. 그래야 유나 문제의 평균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딸은 많은 젊은 엄마들이 그러하듯 전문가들의 과학적 접근 방법을 신뢰한다. 젊은 세대의 부모들은 과거의 경험이나 순리적인 방법은 과학적이지 않고 구태의연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을 신념처럼 가지고 있으면 아무리 좋은 이야기해도 해줘도 귀에 들어오지도 않고 오히려 부모 세대와 갈등만 빚게 된다.


  유나가 분유를 먹고 토하면서 딸은 할매 할배와 육아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할매는 딸에게 전문가들의 조언을 유나에게 적용할 때는 그런 조언이 상식적이고 순리적인지 검증해 봐야 한다고 말해줬다. 할배도 전문가의 의견을 다각도로 직접 검증해 보고 유나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최종 판단을 내리면 좋겠다고 말해줬다. 유나가 성인이 되기 전까지 딸이 유나가 직면한 문제를 전문가에게만 의존하지 말고 주인의식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라고도 조언해 줬다.


  이런 부모의 조언을 받아들인 딸은 주도적으로 여기저기 검증 해보더니 토에 좋다는 분유를 찾았다. 그 분유로 바꾸고 나서 유나 얼굴에 핀 발진과 수포가 가라앉고 배앓이도 사라졌다. 배앓이가 사라지니 악쓰고 울던 유나도 얼굴이 편안해졌고 저녁에 잠도 잘 잤다. 그 후로 딸은 유나의 분수토와 배앓이에 가장 적합한 분유를 찾기 위해 2~3번 분유를 바꾸어 보기도 하고 낮과 밤에 다른 분유를 바꾸어 보기도 하면서 유나에게 분유 알레르기를 일으키지 않는 최적의 분유를 찾으려고 애쓰고 있다.   


  딸은 유나의 분유 알레르기 때문에 겪은 힘든 과정을 거치면서 할매의 순리대로 육아법과 할배의 주도적인 문제 해결법을 존중하게 되었다. 그 후로 딸은 유나 육아 전반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매 할배와 자주 나눈다. 분유 선택, 분유 주는 시간 등 유나 육아 전반에서 모녀가 서로 맞서지 않고 조화로운 방법을 찾는 것 같아서 할배도 기쁘다.


  우리는 삶의 많은 영역에서 각 분야 전문가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의 의견은 비중 있는 하나의 의견에 불과하다. 자녀 문제와 관련해서 전문가의 의견을 들으면서 당면한 문제의 본질을 부모가 스스로 파악해 보고 전문가의 의견을 교차 검증해 보면서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한다.


  전문가에 의존적인 부모들은 자녀의 인생을 좌우할 문제에서도 자체 검증 없이 전문가의 판단을 따르는 경우가 많다. 물론 전문가의 의견을 토대로 의사결정을 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분야도 많다. 하지만 한 번의 결정이 자녀의 인생을 좌우할 수도 있는 문제에서는 부모가 운전대를 직접 잡고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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