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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남 카라 Jun 25. 2024

3. 퀘렌시아로 삶을 안내하는 순수한 관심

  자주 다니던 뒷산 산책길에서 어느 날 맑은 새소리가 들려왔다. ‘산책길에 새가 없었는데, 어디에서 날아왔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새도 보이고 이름 모를 작은 들꽃도 보인다. 새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편안한 호흡과 넉넉한 마음 그리고 맑은 정신이 느껴진다.  



  그러나, 편안한 시간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떠오르자 마음이 복잡해지면서, 새소리는 멈췄고 주변의 들꽃도 시야에서 사라졌다. 휴식을 취하기 위해 천천히 걸으면서 새소리와 들꽃에 순수한 관심을 기울였다가, 일에 대한 염려가 마음속으로 밀려오자 순수한 관심은 이내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린 것이다.

 

  지난 하루의 일상을 생각해 보자. 그리고 하루 중의 시간을 ‘목적 있는 행동’과 ‘순수한 관심’으로 나누어 보자. 순수한 관심보다는 목적 있는 행동으로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이 채워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삶이란 인생수레는 성과와 꿈이란 두 바퀴로 굴러간다. 성과와 꿈은 상호 교감하면서 우리의 인생 모자이크를 완성시켜 나간다. 성과는 냉혹한 현실 속에서 안전하고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생산적인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해 주지만,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지치고 상처받는다. 꿈은 소진된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충전시키고 재생시켜 주기에, 우리는 순수한 관심이 발전된 꿈을 필요로 한다.     

  

  어른과 다르게 어린 자녀들은, 어떤 목적도 없이 무언가에 푹 빠져있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어떤 대상에 순수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부모의 눈에는 공부하기 싫어서 딴전을 피운다고 생각하거나, 쓸데없는 대상에 몰입해서 시간을 낭비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자녀들의 이런 순수한 관심을 존중하고 지원해서 취미나 꿈으로 발전시켜 주면 좋겠다. 그래야 그들이 앞으로 살아가면서 마주할 힘든 삶 속에서도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삶의 퀘렌시아(Querencia)를 찾게 된다. '순수한 관심이 내재되어 있는 취미'는 꿈이 되고, 꿈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회복시켜 준다.


  순수한 관심은 그 무엇이어도 상관없다. 음악 듣기, 책 보기, 퍼즐 맞추기, 운동하기, 멍 때리기, 수집하기 등 범위도 아주 넓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무언가에 흥미를 느끼면, 그것이 시간낭비라고 생각해서 만류하거나 그 흥미에 목적을 부여하려고 한다.


  부모가 자녀의 순수한 관심을 통제하기 시작하면, 아이에게는 목적 있는 행동만 남게 된다. 부모의 이런 행동은 자녀의 숨구멍을 막아서 자녀의 휴식처를 없애 버릴 수 있다. 자녀는 긴 학습과정과 인생 마라톤에서 때때로 지치거나 상처를 입게 된다. 이럴 때, 자신만의 휴식처를 찾아가서 몸과 마음을 추스른 후에 인생 마라톤에 다시 복귀해야 한다. 자신만의 휴식처가 없는 사람은, 예고 없이 찾아오는 인생의 실패와 좌절을 극복하지 못하고 인생 마라톤에서 낙오하게 될 것이다.


    성과주의 사회에서 순수한 관심은 몸과 마음을 충전시키고 재생시켜 준다. 성과 만능주의 시대에 자녀들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면, 그들의 순수한 관심을 어릴 때부터 제대로 지원하여 꿈과 같은 삶의 휴식처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자. 아울러, 자녀가 인생의 긴 마라톤에서 낙오하지 않고 동일한 페이스로 달릴 수 있도록 꿈과 성과를 조화시키는 방법도 가르쳐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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