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과 사회학의 부가가치 생산성
내 예전 글에 <이과가 바라보는 문과>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린 적 있다. 우리 사회에서 공공연하게 일어나는 문과 차별에 대해서 약간의 비판을 섞어 쓴 글이다. 짧게 요약하자면, 설령 문과를 선택한 학생 집단이 이과를 선택한 학생 집단보다 대체적으로 '불성실하고', '덜 똑똑한' 경우가 많다고 해도, 최상위권을 비롯한 일부 문과 선택자는 본인이 진정으로 원하는 학문을 선택하였을 뿐이므로 공공연한 차별이 옳지 않다는 이야기다.
이 글을 쓴 나는 이공계열 학생으로, 문과와는 거리가 약간 먼 사람이다. 하지만 고등학교 시절부터 대학교 시절까지 이과와 문과의 대립은 흔하게 발생하는 일이었다. 이번에는 이공계 학생으로서 생활하며 체감한, 이공계 학생들의 '문과 내려치기 현상'의 배경과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좋든 싫든 기술에 종속된다. 과학과 기술은 디지털 대전환과 교통 혁신으로 강력한 부가가치를 창출하였고, 최근 들어 급속도로 발전하는 AI 기술은 수준에 따라 국가의 패권이 걸려 있을 만큼 우리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반면 문과의 대명사인 문, 사, 철을 비롯해 사회학, 법학, 경영학, 지리학, 심리학 등등 인문사회계열 학문은 무언가 새로운 혁신을 이끌어내지 못한다. 문과 사람들이 "인생의 방향을 알려주고 사회의 올바른 길을 제시"한다는 말로 스스로를 변호하는 경우가 더럭 있다. 하지만 이공계열 학생의 입장에서는 딱히 설득력 있게 들리지 못한다. 오히려 그런 말은 '쥐뿔도 없는 와중에 말이나 꾸며대는 사기꾼' 취급받기 딱 좋다.
문과 중 한 갈래인 법학과 경영/경제학이 어떻게 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없냐고 반론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법은 '과거'의 판례와 조문에 입각해 특정 사안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분야이고, 경영/경제는 기존 자원을 보다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할 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사업이라고 보기는 (최소한 이공계열 학생의 눈에는) 어렵다.
이와 같은 인식들이 쌓이고 쌓여, 많은 이과 학생에게는 문과 학생들이란 '할 줄 아는 게 없이', '말장난이나 하는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이는 곧 뿌리 깊은 문과 차별로 이어진다.
기술관료들과는 달리, 문과 고위직은 실질적인 문제 해결보다는 탁상공론에 치중한다고 받아들여진다. 교수들과 연구자들은 논문을 펴 내어 문제의 해결책을 도출하곤 한다. 하지만 뉴스와 신문에서 보이는 정/재계 인사들은 허구헌날 지역에 다리를 놓겠다든지, 이자율을 높이고/낮추겠다든지 하는 말뿐인 소리를 계속한다.
애초에 다리를 놓고, 이자율을 높이고/낮추고 하는 일들은 그 자체로도 이과 학생들은 실질적인 의미가 있다고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런데 그 일을 실제로 행하기는커녕 말로만 하고 있으니 더더욱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일이 계속되면서 환멸을 느끼는 사람들은 늘어나고, 이과 출신들도 예외는 아니다. 탁상공론은 '할 줄 아는 게 없이', '말장난이나 하는 사람'이라는 상기한 인식을 더욱 강화시킨다.
개인적인 생각엔 이게 제일 큰 것 같다. 문과를 천대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쉬운 과목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인문/사회학 과목들은 암기와 실생활 적용에 치중하는 반면, 과학과 수학은 매우 추상적인 개념인데다 자연의 원리를 탐구하는 과목인 만큼 인간에게 익숙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물론 경영/경제와 정치, 법 등은 일반적인 문과 과목보다는 어렵다. 하지만 동트식 비례대표제와 콥-더글러스 생산 함수, 게임이론의 매커니즘, 법조문에 담긴 판례를 이해하는 것이 고작 로지스틱 회귀를 구현하고 PCR 검사 과정을 이해하는 것에 비해 어렵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정말 솔직히 그건 아닌 것 같다. 이외 모든 요소를 차치하고 난이도로만 판단하자면 이과 >>>>> 문과인 것은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어릴 때부터 학생들은 문과 과목을 '점수 따기 쉬운 과목'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문과 과목이 학습 난이도가 낮다는 점이 문과 천대의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