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 KTV 프로그램 '생각의 힘'의 작가님에게 전화가 왔다. 우리 야학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기훈 과학 선생님을 인터뷰할 수 있냐는 요청이었다. 2년 전에 방영되었던 유퀴즈를 보고 연락을 주신 것 같다. 기훈 선생님이 수업하는 고등반 학생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방송국에서 촬영이 온다는데 괜찮냐고 여쭤봤다. 어머님들은 아무래도 TV에 나오는 게 부담스러우신지, 그날은 마스크를 쓰고 올 거라고 하셨다. 결국 학생들의 얼굴은 블러처리하는 조건으로 방송 촬영을 허락했다.
연락이 온 지 열흘쯤 뒤, pd와 작가님 3분이 오셔서 촬영을 하고 가셨다. 20분 남짓의 방송인데, 촬영은 다섯 시간이 걸렸다. 수업시간 두 시간 전에 촬영진이 오셔서 카메라 세팅을 하시고, 사전 인터뷰를 하셨다. 기훈 선생님의 담당 학급인 고등반만 촬영을 하는 줄 알았는데, 다른 반에도 카메라를 설치하셔서 선생님과 학생들이 당황했다. 다행히 얼굴 노출에 동의한 학생과 선생님들만 실제 방송에 나갔다.
학생 몇 분께서 인터뷰에 임해주셔서 감사하다. 보통은 검정고시를 공부한다는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 않아서다. 유년시절에 공부를 하지 못한 걸 자랑으로 생각하지는 않으신다. 그럼에도, 우리 학교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에 협조해 주신 것 같다. 아, 화면에 잡히는 교장 선생님의 행동에는 약간의 연출이 포함되었다.(역시 방송국 놈들 ㅋㅋㅋ)
2년 전 방영되었던 유퀴즈가 예능이었다면, 이번 KTV 생각의 힘은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파급력도 대중성을 앞세운 TVN 보다는 덜할테고. 유퀴즈보다 재미를 덜하지만, 야학의 생활을 좀 더 관찰할 수 있는 방송이라서 개인적으로는 뜻깊다. 이번 기회에 영상으로 기록을 남겼다는 데 의미가 있다.
우리 야학이 평소에 어떤 모습인지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클립을 보시면 되겠습니다. 저는 방송에 등장하지 않습니다. 19분 지점부터 우리 야학 이야기가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