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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여행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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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룰루 Apr 24. 2024

인도, 도둑맞은 팁

델리

 힌두 사원이었다. 델리 도심에 있는 락슈미 나라얀 사원. 랜드마크라도 해도 될 정도로 규모가 크다. 근처를 지나가는 사람들은 이 사원 앞에서 합장을 하고 다.


 힌두 사원은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한다. 입구 옆에 있는 신발 보관함으로 갔더니, 안내원이 손으로 반대쪽을 가리킨다. 외국인은 다른 신발 보관함을 써야 한다고 한다. 그가 안내하는 곳으로 갔더니, 깨끗한 응접실이 나온다. 거기에서 대기 중이던 직원이 나에게 간단한 사원의 규칙을 영어로 안내해 주었다. 푸른 인도 전통복장을 한 중년의 여성분이었는데, 나를 대하는 태도에서 격식이 묻어났다. 규칙이라고 특별한 건 없었다. 신발을 외국인 응접실에 두고 갈 것, 사진촬영 금지, 핸드폰도 두고 가야 함. 이 정도.


 힌두 사원 규모는 제법 컸다. 경건하게 기도하는 분도 계셨고, 산책 다니듯 가볍게 사원 내부를 둘러보는 가족 단위도 보였다. 곳곳에 힌두교 신화들이 벽화로 그려져 있었는데, 내용이 궁금했다.


 한 시간쯤 사원을 둘러보고 다시 외국인 응접실로 갔다. 입장할 때 날 맞이했던 직원이 나에게 잘 보았냐고 물어보았다. 그러면서 '사원에서는 사진촬영이 안되지만, 사원에서 운영하는 카페에서는 사진을 찍으실 수 있답니다. 혹시 관람에 만족했으면 팁을 주시는 게 어떨까요?'라고 나에게 정중히 청했다. 팁은 미처 생각지 못했지만, 입장료가 무료였고 어느 정도 그녀의 서비스에 만족했기에 100루피를 건넸다.(원화 1600원) 그녀는 'Thank you.' 한마디를 남기고 퇴장했다. 그리고 그녀가 퇴장하자마자, 그녀 뒤에 있던 충격적인 경고문이 내 눈에 들어오고야 말았다.



 시설 내 모든 직원에게 팁은 엄격하게 금지된다.


 기분을 잡쳤다. 인도에서 당하는 호갱짓은 공부를 미리 해둬서 사기를 당하지 않고 있었는데. 국립 종교시설이라서 방심했다. 이래서 외국인은 따로 응접실로 불렀던 것일까...?


 사원을 갔던 이 날만 해도 사기꾼 두 명이 나에게 더 붙었다. '지금 니가 가는 사원은 점심시간이야. 점심시간 동안 근처에 있는 이 쇼핑몰을 구경하는 건 어때?'라고 재차 권하던 행인, '네가 지금 가는 그길은 아주 위험한 곳이야. 이쪽 길이 안전해. 이리 와. 내가 안내할게.'라고 걱정하는 척해주던 사람. 물론 사원은 점심시간이 아니었다. 위험한 길은 더더욱 아니었다. 참고로, 인도에서 '네가 가는 그곳은 테러가 났으니, 택시를 타야 한다.'라는 수법은 너무나 유명하다.




 가끔 생각난다. 호구들의 테마파크가. 한국에서는 '당연히' 일어나지 않는 일들이 펼쳐지니, 호갱 컨셉의 에버랜드라고 봐도 무방하다. 입장료는 싸지만 모든 게 옵션인 그곳. 일상이 무료해서 축 처질 때. 해결하기 어려운 고민을 속 썩을 때. 원초적인 그곳에 있으면 이런 생각이 들지 않을 텐데. 인도에서는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으니깐! 혹자가 인도를 배꼽냄새라고 한 이유가 있다. 지독한데, 이상하게 맡게 된단 말이지. 혹은 더 당해봐야 정신을 차릴지도.


락슈미 나라얀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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