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시를 어떻게 쓰나요"
야학에서 열린 시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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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 14. 2022
우리 야학에서 시화전은 연례행사다. 매해 5월쯤이면 학생분들과 시화를 만드는 시간을 가진다. 시화전을 하는 목적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 우리 야학은 국가문해교육센터에서 운영지원금을 받고 있다. 시화전 행사는 이 센터에서 매해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행사이기 때문에, 지원금을 받는 우리 야학도 가급적이면 협조적으로 행사에 응한다. 두 번째는 학생분들에게 이 시화전 결과물이 추억이 된다. 실제 졸업식 때 본인들이 그린 시화를 모아서 드린다. 더불어 우리 야학 후원자 분들께도 시화집을 발행해서 보내드린다.
사실 시화전은 내 성격과 맞는 활동은 아니다. 우리 야학의 목표는 검정고시 합격이다. 검정고시 공부 외의 불필요한 행사는 자제하고 싶은 게 내 솔직한 마음이다. 우리 야학은 이미 졸업식, 소풍 등 다양한 행사를 하고 있어서 시화전을 굳이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시화전에 대한 회의감은 학생들도 가지고 있었다. 공부를 배우고 싶어서 온 분들인데 시화를 그리라고 하니 황당하다는 반응이시다. 그리고 우리 야학은 4월 말에 신학기가 시작된다. 수업을 시작한 지 3주 만에 시화전을 하게 된다. 공부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라고 하니 막연하고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선생님, 저희 공부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내가 시를 어떻게 써요"
"시가 뭔지도 몰라요 저는."
"글도 제대로 못쓰는 노인네한테 시가 무슨 말이요. 그림은 또 뭐고."
아이고 학생분들. 저도 같은 의견이랍니다. 시키는 저도 곤혹스럽네요. 하지만 솔직한 심정을 말할 순 없다. 선생님마저 이리저리 휘둘리는 모습을 보이면 학생들은 더 동요할 것이다. 나는 야학의 운영 방향대로 학생들을 살살 달래서 시화를 만들어 내야 한다.
사실 시화전은 학생들에게도 곤혹이지만 선생님한테도 참 힘들다. 학생들에게 어떻게 시를 쓰라고 할지 참 막막하다. 우선 시가 뭔지도 알려드려야 하고, 시를 쓸 때 무슨 태도로 쓰면 되는지도 알려드려야 한다. 시화전을 그리는 당일은 무엇을 도와드려야 할지, 한 글자도 못쓰는 분이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었다.
시화전 당일, 내 고민들은 의미가 없었다. 놀랍게도 어머님들이 모두 시를 집에서 미리 써오셨다. 대강 무슨 그림을 그리실지도 스케치해오셨다. 그 덕에 시화전은 무척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선생님, 이 문장 어때요? 괜찮나요?"
"여기에 나비를 그려 넣고 싶은데, 나비를 어떻게 그려야 할까요? 사진 좀 찾아주세요."
"맞춤법 이거 맞는지 좀 봐주실래요?"
"배경을 무슨 색으로 칠하면 예쁠까요?"
시화전에서 평소에는 볼 수 없는 장면들을 보았다. 시에서 드러나는 학생들의 감수성과 순수한 모습. 다 큰 어른들이 작은 크레파스로 꽃을 그리고, 자신의 꿈을 그린다. 어떤 학생분은 자신의 인생을 시를 통해 표현한다. 또 다른 분은 가족에 대한 사랑을 시화로 담아낸다. 수업시간에는 볼 수 없던 모습들을 시화전에서 볼 수 있었다. 인간적으로 학생들과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다.
한 분은 자신이 공부를 하는 이유를 시로 적으셨다. 부디 이 소원이 이뤄지길 바란다.
어린 손주가 물어보면 겁먹지 않고
응 그건 무슨 글 자야라고
대답하는 게 소원이다
달갑지 않은 시화전 행사였는데, 막상 해보니 나 스스로도 수확이 많았다. 학생들과 내적 친밀감이 쌓였고, 작품을 만드는 거에 일조했다는 뿌듯함도 있었다. 어머님들의 투철한 준비 덕에 시화전은 생각보다 매우 빨리 끝났더. 3시간을 예상했으나, 대략 한 시간 만에 끝났다. 마지막에는 기념사진을 찍는데, 한 어머님은 사진이 예쁘게 나와야 한다며 립스틱을 바르시는 열정까지 보이셨다. 아니 이렇게 잘하실 거면서 왜 그렇게 걱정하신 건가요. 저도 덩달아 걱정했잖아요!
시화전 글감으로 글을 다시 썼습니다. 이 글은 단순 사건나열에 그쳐서, 제 생각이 부족해 보여서요.
https://brunch.co.kr/@1be434e664e7498/8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