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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가 바라본 브런치 개편

by 김룰루

저는 카카오와 아무 관련이 없으며, 뇌피셜에 기반한 글입니다.


사실 예전부터 브런치에 대해 의문이 있었습니다.

"카카오는 이 서비스를 왜 운영중인걸까? 돈되는 게 없는데."

혹자는 '카카오 정도의 큰회사니깐 이정도 서비스는 운영하는게 당연한 거 아니냐'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해당 사업 총괄자는 항상 브런치 존재의 이유를 입증해야 하고, C레벨에서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호시탐탐 '너네 개발자 줄여도 되지않아?' 라는 시선으로 의심할 겁니다. 돈되는 곳에 직원이 있으니깐요. 기업은 냉정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포털사이트 다음을 카카오에서 분리한다는 말도 나오는거구요.


그래서 이번 기회에 사측의 입장에서 브런치스토리의 강점과 약점을 생각해봤습니다.


강점

1)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다.

카카오의 타 서비스들에 비해 동시접속자가 작습니다. 브런치스토리 작가 5만명이면 카카오톡, 티스토리 등 타 서비스에 비해 현저히 작은 유저수입니다. 그래서 필요한 서버용량도 적겠죠. 사실상 국내 한정 서비스기 때문에 외국에 서버를 둘 필요도 없습니다. 자사 상품인 카카오클라우드 정도로 충분히 커버가 가능할 겁니다.

그렇다고 아주 어려운 기술이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서비스는 둘 중 하나입니다. 장애가 나면 큰일이 나거나, it 신기술이 사용됐거나. 브런치는 이 두가지 모두 해당하지 않습니다. 사이트가 1시간동안 다운이 된다해도, 작가들만 화가날 뿐입니다. 직접적으로 거액의 손실이 나지 않습니다. 증권사가 1시간동안 거래를 못하거나, 카드결제가 안되거나, 공장이 1시간 가동이 멈추는 것과 비교해보면 와닿을 겁니다.

즉, 브런치는 카카오에게 있어 '대박칠 아이템은 아니지만, 큰돈 드는거 아니니깐 소소하게 데려가보자'의 포지셔닝이 가능합니다.

2) 양질의 콘텐츠가 확보된다.

타 블로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브런치의 콘텐츠질이 좋은건 사실입니다. 플랫폼 기업의 텍스트 콘텐츠 확보는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빅테크 기업들이 앞다퉈 내놓는 gpt들이 학습하기 위해서는 텍스트 컨텐츠가 필요하니깐요. 브런치에 있는 컨텐츠들은 카카오가 곧 출시할 코gpt, 다다음을 학습시킬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ai들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저작권 이슈가 있는데요, 자사 콘텐츠만큼 저작권에서 자유로운 자산도 없죠.

https://m.etnews.com/20230502000245?obj=Tzo4OiJzdGRDbGFzcyI6Mjp7czo3OiJyZWZlcmVyIjtzOjEwMDoiaHR0cHM6Ly9tLnNlYXJjaC5uYXZlci5jb20vc2VhcmNoLm5hdmVyP3F1ZXJ5PWdwdCslRUMlQTAlODAlRUMlOUUlOTElRUElQjYlOEMmc209bXRwX2h0eS50b3Amd2hlcmU9bSI7czo3OiJmb3J3YXJkIjtzOjEzOiJ3ZWIgdG8gbW9iaWxlIjt9

약점

1) 수익원이 없음

작가들의 수입을 말하는게 아니고, 회사가 돈 벌 방법이 없다는 걸 의미합니다. 이건 회사 입장에서는 굉장한 약점입니다. 브런치에 투자를 하고싶어도 투자금 회수방안이 서지 않기 때문에 시도할 수 없을겁니다. 카카오는 광고수입 비중이 큰데요, 브런치에 아직까지 광고란이 없는걸 보면 브런치의 정체성을 지키고자 하는 소신이 보입니다. 하지만 이게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불황일수록 브런치같이 '수치화되지 못하는 이점'은 무시되니깐요.

2) 늘어나는 경쟁 서비스

당장 최근에 등장한 SNS만 해도 메타에서 출시한 '스레드', 교보문고 '창작의 날씨', 밀리의서재 '밀리로드'가 있습니다. 올해는 브런치북 전시회를 교보문고가 아닌 아크앤북에서 했을까요?쩌면 '창작의 날씨' 런칭이 원인일지도 모르겠네요.

플랫폼은 결국 유저수 싸움입니다. 저만 봐도 브런치 자체의 훌륭함때문에 브런치에 있는건 아닙니다. 내 글을 읽어주는 작가들때문에 떠나지 못하는 겁니다. 그런데 경쟁사 플랫폼도 유저수가 많아진다면 우리 작가들에게도 이탈 옵션이 생기는거죠.

https://n.news.naver.com/article/009/0005140212?sid=103

위 기사 말미에 있는 출판사 대표의 인터뷰가 인상적입니다.


한동안 브런치에서 작가 발굴이 유행이었지만, 직장인 작가들의 고만고만한 에세이만 늘어나면서 이제는 참신한 작가가 잘 보이지 않는다. 글쓰는 공간만 제공해서는 새 플랫폼의 안착이 쉽지 않을 것이고, 수익을 어떻게 만들고 나눠줄 것인지가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결국 킬러컨텐츠를 누가 확보하느냐의 싸움입니다. 쟁사 플랫폼에서 연달아 대박 작품이 나온다면, 출판업계의 관심은 언제든지 옮겨갈 수 있습니다. 기술적 우위를 보일 요소가 지금까지는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는 싸이월드가 얼마나 급속도로 작아져갔는지 봤잖아요.




그래서 이번 개편은 새로운 대박 콘텐츠 발굴을 위해 작가 인센티브가 고민된 결과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경쟁사로 우수작가를 뺏기지 않기 위한 거기도 하구요.

지금 작가분들의 박탈감이 크더라구요. 저도 크리에이터 딱지가 붙지않았구요. 하지만 이건 브런치만의 역사는 아닙니다. 모든 SNS에서 선발주자는 블루오션이었고, 뒤에 뛰어든 사람은 레드오션이였습니다. 인기가 커질수록 크리에이터간 경쟁도 심화됐구요. 인스타그램이 그랬고, 유튜브가 그랬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는 지금 신생 SNS를 선점하기 위해 노력중일 겁니다.

그리고 중간에서 브런치스토리가 후원금에 대한 수수료를 받고, 이걸 서비스 개선에 활용하는 선순환이 수익모델도 될 수 있구요.

브런치 개편으로 브런치에 활력이 생길지, 실망한 작가들이 다른 거처로 자리를 옮길 것인지 저도 궁금합니다. 1~2년 후에 결과를 다같이 확인해보면 좋겠네요.


서두에 언급했지만, 순전히 제 추측일 뿐이니 카카오의 입장이라고 오해하지는 마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브런치의 유저로서 궁금하네요. 브런치스토리가 카카오스토리의 길을 갈지, 카카오웹툰처럼 글로벌 플랫폼이 될 수 있을지. 아무 근거없는 뻘글을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제 브런치 본캐는 야학 봉사활동입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글도 읽어주세요 :)

https://brunch.co.kr/@1be434e664e749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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