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맛

꽈리고추찜 무침-엄마의 밥상

by 수련

"혹시 꽈리고추찜을 기억하시나요?"


친구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보통리 저수지를 찾았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함께 저수지의 잔잔한 은빛 물결을 바라보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둘레길을 걸었다. 길가에는 동그랗고 작은 노란색 씀바귀꽃과 연 보랏빛 패랭이 꽃, 털이 보송한 애벌레 같은 강아지 풀이 살랑거리며 반겨준다. 그곳에서 나눈 안부와 소소한 이야기들은 시간이 지나도 미소가 떠오른다. 한정식집으로 향하는 길, 콩밭을 사이에 둔 좁은 길은 그 자체로 정겨운 풍경이었다.


팔작지붕이 우아한 한옥은 마치 고향 집 마루처럼 따스했다. 정갈하게 차려진 음식들 중, 꽈리고추찜이 반찬으로 나와 새삼 반가웠다. 예전에는 많이 먹었지만 한동안 잊고 있던 음식이다. 그 순간, 어린 시절 엄마가 해주시던 밥상이 떠올랐다. 꽈리고추찜은 평범한 반찬처럼 보이지만, 그 소박한 맛에는 엄마의 손맛과 정성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어릴 적, 여름과 가을의 경계에서 연초록 색을 띠던 꽈리고추찜은 기억 속에서 늘 그리운 맛이었다. 찹쌀가루를 입혀 찜솥에 쪄내면, 고추 속에 풀어지는 풋풋한 향이 집 안 가득 퍼졌다. 매콤 달콤한 양념에 버무려져, 밥 한 숟갈 위에 올려 먹으면 그 맛이 참 특별했다. 고소한 참기름의 향과 간장의 짭짤한 맛, 그리고 살캉살캉 씹히는 식감은 언제나 식탁을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다.


우리 집 밥상은 계절을 따라갔다. 봄에는 냉이와 씀바귀가, 여름에는 오이냉국과 가지나물이, 그리고 여름과 가을 사이에는 언제나 꽈리고추찜 무침이 올라왔다. 고추밭에서 직접 기른 고추는 그 자체로 맛있었지만, 그 고추를 손질하며 함께 나누던 시간이 더욱 소중했다. 특히, 마루에 앉아 동생과 꽈리고추의 꼭지를 떼고 포크로 구멍을 내며 깔깔거리던 기억은 잊을 수 없다. 어린 손으로 고추의 꼭지를 따며 일손을 돕고 배우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시간이었는지 눈에 선한 어린 날의 그리운 모습이다.


친구와의 생일 파티를 마친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시장에 들러 꽈리고추 한 봉지를 샀다. 저녁엔 직접 꽈리고추찜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부엌에서 고추를 손질하며, 어린 시절 손끝에 남아 있던 초록빛 감촉을 느꼈다. 찹쌀가루를 묻혀 찜솥에 올리고, 양념에 살살 버무리자 그 기억 속 풍경이 식탁 위에 그대로 펼쳐졌다.


식구들이 한 입 먹고 나서 "이건 외할머니가 해주던 맛이야!"라고 말하며 웃었다. 푸른빛 속에서 갇힌 향기가 식탁 위로 퍼지면서, 나는 엄마의 손맛을 그대로 따라 하고 있다는 사실에 뭉클해졌다.


고추를 하루에 두 개만 먹으면 따로 비타민을 챙기지 않아도 될 만큼 비타민이 풍부하고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해 주며, 열량도 낮아 다이어트에도 좋다. 한동안 잊고 있었지만, 다시 마주한 꽈리고추찜은 그 자체로 또 다른 기쁨이었다.


시간이 지나도 잊을 수 없는 맛, 어린 시절의 추억은 여전히 내 마음속에서 살아 있다. 한 접시의 반찬이 단순히 음식이 아니라, 그때 그 시절의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열쇠가 되는 것처럼, 꽈리고추찜은 내게 여름의 끝자락과 엄마의 품, 그리고 가족의 웃음소리를 다시 떠오르게 한다.


오늘 저녁, 우리가 먹는 밥상은 단순한 끼니가 아니라, 삶의 기억을 이어주는 이야기의 조각들이 아닐까.




[꽈리고추찜]

(재료)

꽈리고추 200g, 찹쌀가루 2큰술, 홍고추 1개,

(양념장)

진간장 2큰술, 참치액젓 1큰술, 고춧가루 1큰술, 올리고당 1큰술, 다진 마늘 1/2 큰술,

다진 파 1큰술, 참기름 1/2, 통깨 약간, 후추 톡톡

(만들기)

1. 고추는 꼭지를 떼어준 후 식초를 풀은 물에 5분 정도 담가 둔다. (꽈리고추가 벌레가 잘 생기는 작물로 농약을 많이 뿌린다고 함) 잔여 농약과 불순물 제거를 하기 위함.

2. 깨끗이 씻은 후 크기가 너무 큰 것은 가위로 반을 잘라주고 포크로 구멍을 내어 양념이 잘 배게 준비한다.

3. 비닐 팩에 물기가 조금 있는 상태로 꽈리고추를 넣어준 후 찹쌀가루( 밀가루), 맛소금을 넣어 가루가 골고루 입도록 마구 흔들어 준다.

3. 찜솥에 면 보자기를 깔고 꽈리고추를 잘 펴준다.

4. 5분 정도 지나고 잘 익은 고추는 채반에 받쳐 한 김 식혀준다.(뜨거울 때 양념을 하면 옷이 벗겨짐)

5. 큰 볼에 양념을 모두 넣어 고루 섞어주고 식힌 고추찜을 넣어 수저로 가볍게 살살 버무린다. 접시에 담고 통깨 솔솔 뿌리면 간단하지만, 고향의 반찬 완성


*특별한 재료가 없어도 뚝딱 완성할 수 있는 부담 없는 밥반찬입니다, 야들야들하면서도 부드럽고 맵지 않은 꽈리고추찜 무침을 만들고, 고추가 약이 차서 매울 때는 멸치를 넣고 볶거나 감자를 넣어 조림 반찬을 하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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