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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CCO Jul 28. 2023

한국다움에 대한 고찰 : 선을 통해서

‘K’의 원조

K-POP, K-FOOD, K-CULTURE...

한류의 영향력이 확대됨에 따라 보이는 모든 것에 K를 붙이는 것이 유행인 듯하다.

하지만, 여기서의 K가 무엇인지 물었을 때 명확한 답을 내놓는 사람은 많이 없다.


한국적인 것이란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찰에서 시작된 본 기획은

한국의 전통적인 생활상 곳곳에서 그려지는 다양한 ‘선’ 들을 살펴보며

전통적인 ‘한국다움’이 함의하는 가치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 복식, 한복의 선들을 살펴보자.


한복의 아름다움은 한반도의 국토를 가득 매운,

부드러운 산등성들을 닮은 곡선들에서 찾을 수 있다.


좌: 곡배래 항아당의 (C) 국가문화유산포털 / 우: 판매점에 진열된 한복 (C) mnimage

저고리의 소매 아래를 살펴보면,

배래가 과하지도 않을 정도로 단아한, 둥근 곡선을 그린다.

당코깃 광해군비 당의 (C) 국가문화유산포털

우리 민족만이 독창적으로 사용하던 형태의 당코깃 역시 곧게 뻗은 동정을 이어 곡선으로 감싸며 마무리한다.

좌: 명주 솜누비철릭 (C) 국가문화유산포털 / 우: 도포 (C) 국립민속박물관

남자 한복에서 많이 쓰이던 칼깃과,

20세기에 들어 등장한 동구래깃에서도 맵시 있게 휜 곡선을 관찰할 수 있다.


좌: 저고리 (C) 국립민속박물관 / 우: 한복을 입은 소녀 (C) 한국저작권위원회

곧게 잘린 두 개의 천으로 이루어진 고름은 옷을 입은 사람이 움직일 때마다 물줄기가 흐르듯 하느작거리고,

치마와 맞닿는 저고리의 도련 역시 휜 듯, 아닌 듯, 완만한 포물선을 그리며 부드러운 경계를 형성한다.


치마 (C) 국립민속박물관

펼쳐 놓으면 납작한 천 한 조각과도 같은 한복의 치마


(C) zero take

옷을 입는 동시에 청자를 연상시키는 입체감을 가지게 된다.

치마를 어떻게 입고, 어떻게 잡고 움직이느냐에 따라서 은은하면서도 힘찬 곡선의 향연이 시시각각 펼쳐진다.


좌: 버선 (C) mnimage / 우: (C) Yeongsik Im

치마 아래로 자취를 드러냈다가 감추는 새하얀 버선의 코도 날렵하면서도 흥겨운 곡선이 위와 아래를 감싼다.




복식에서 드러나는 부드러운 선은 전통 건축물에서도 드러난다.


창덕궁 인정전 (C) 국가문화유산포털

한옥 지붕의 용마루는 오묘하면서도 편안하게 늘어진 현수곡선을 그린다.


좌: 선자연 (C) Jaeyoung Geoffrey Kang

한국의 주요 전통 건축물에는 추녀를 중심으로 양쪽에 부채살 모양으로 서까래를 거는 방식(선자연)이 사용되곤 했다. 이러한 배치는 자연스레 처마 끝 완만한 곡선을 형성한다.


좌: 경복궁 흥례문 (C) Brady Bellini / 우: 한중일 지붕의 처마의 차이 (C) 브라보마이라이프 이성낙

부가적인 장치를 부착해 역동적으로 오르는 중국의 처마와, 직각의 서까래 배치로 휨 없이 날카롭게 뻗는 일본의 처마 사이에서, 한국의 처마사뿐하고 편안하게 솟아오르는 매력을 뽐낸다.




고려시대, 귀족들의 화려한 삶을 대변했던 고려청자는 섬세하면서도 유려한 곡선을 자랑하고,


조선 후기에 이르러 등장한 달항아리는 보름달을 닮아 온화하고 풍성한 자태를 뽐낸다.



과하지 않으면서도, 익숙하고 안락한 곡선들이야말로

‘한국다움’을 논할 때 절대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이다.


기교를 부리다가도 때가 될 때 멈춤을 아는,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적당함 휨.


어찌보면 ‘적절’이야말로 가장 도달하기 어려운 경지가 아닐까.


한국의 선들은 주위의 자연과 겉돌지 않고, 너무나도 능청스레 어우러지기에,

우리는 때때로 그 아름다움을 미처 못보고 지나치기도 한다.


그 참된 가치를 알았던 우리 선조들이야말로 이러한 선들로 스스로를 둘러

조화로움’이라는 가치와 더불어 살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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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CCO 예코 콘텐츠기획팀 심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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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심상보.(2017).한·중·일 전통 건축과 복식 비교를 통한 패션디자인 연구.한국패션디자인학회 지,17(3),83-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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