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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CCO May 05. 2024

어린 사람의 날: 어린이를 독립적인 인격체로 대하다

어린이날 특별기획 | 어린이날의 유래와 역사

5월 5일, 올해도 어김없이 어린이날이 찾아왔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가득한 업장들은 인산인해를 이룬다.


어린이들이 그들만의 날을 마음껏 누릴 수 있도록, 오늘만큼은 어른들이 더욱 참아주고 더욱 맞춰주는 날.


평소 부모가 애써 달래며 사주지 않았던 아이스크림을 손에 쥐고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표정을 짓는 어린이들의  표정을 보면, 어린이날만 손꼽아 기다리던 우리들의 어릴 적이 떠오른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은 어린이를 ‘어린아이’를 대접하거나 격식을 갖춰 이르는 말로 정의한다. 하지만, 어린이라는 말이 처음부터 높임과 존중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어린이’라는 표현은 17세기 문헌부터 관찰 가능하지만, ‘어리석은 이’, 그리고 ‘나이가 적은 이’의 뜻 모두로 쓰였으며,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어린이들은 ‘아기’, ‘아이’, 조금 더 속된 표현으로는 ‘애새끼’, ‘아들놈’, ‘딸년’ 등의 표현으로 불리곤 했다.




방정환 동상 앞의 어린이들 (C) e영상역사관

그러던 도중 1920년, 소파 방정환 선생이 ‘어린이’라는 말을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사용하기 시작한다.’ 어린이’라는 단어를 나이가 적은 것뿐만이 아니라, 어린 ‘사람’으로서, 존중받아 마땅한 하나의 인격체라는 의미를 담아 사용한 것이다. 


1921년 방정환은 ‘천도교소년회’를 조직한다. 1919년 3·1 운동 이후, 전국 각지에 민족정신 고취와 조선의 독립을 목적으로 창설된 소년회가 소년운동을 진행해 오긴 했으나, 천도교소년회가 진행한 소년운동은 민족성을 고취하고 독립운동을 하는 것 이전에, 어린이들을 인격을 가진, 독립된 사회 구성원으로서 우선적으로 대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지닌다. 


1922년, 여러 소년운동 단체가 모여 새싹이 돋아나는 5월 1일을 어린이날(소년일)로 정하며, ‘어린이도 인격을 갖고 있음’을 알리는 날로서 어린이날을 맞이하기 시작하고, 어린이날의 기념은 관련 행사들이 확대되며, 전국적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한다. 


어린이날은 일제에 의해 일시적으로 탄압받기도 하지만, 광복을 계기로 관련 활동들이 재개되고, 1946년 5월 첫째 주 일요일, 5월 5일에 기념식이 열린 것을 계기로 5월 5일이라는 날짜로 굳어지게 된다. 

어린이날 기념 행사 모습들 (C) e영상역사관

1970년,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5037호)에 따라 어린이날이 공휴일로 지정되고, 


“어린이에 대한 사랑과 보호의 정신을 높임으로써 이들을 옳고 아름답고 슬기로우며 씩씩하게 자라나도록 하기 위해서 매년 5월 5일을 어린이날로 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아동복지법을 제정하며, 비로소 어린이날이 제대로 기념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다. 


이후 1973년과 1975년 어린이날은 각각 법정기념일과 법정 공휴일로 지정되며, 우리에게 친숙한 그 모습으로 거듭나게 된다.





어릴 적에는 그저 노는 날, 서는 다른 부모들과 치열한 눈치싸움을 해야 하는 날로만 여겨지곤 하는 오늘, 어린이날이 사실은 독립적인 인격체 ‘어린이’들을 위해, 1년 365일 중 하루를 내어 그들이 행복할 수 있게, 그리고 존중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아주 뜻깊은 날임을 기억해 보는 것은 어떨까?


YECCO 콘텐츠기획팀 심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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