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o you say no to this?

강아지와 공감하기

by 푸르름


강아지는 얼마나 공감 능력이 뛰어날까?


인스타에 보면 우는 주인을 위로해 준다거나 같이 슬퍼하는 개에 대한 영상이 많다. 레체에게도 시도해 봤지만 사실 레체는 별 반응이 없었다(아니면 나의 가짜 눈물을 알아챈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히 레체는 집안의 텐션이 높아지거나 언쟁이 오고 가면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레체가 와서 우리 가족에게 제일 크게 영향을 끼친 것은 바로 이러한 공공연한 갈등을 막은 것이다. 물론 여전히 크고 작은 싸움은 있었지만 이는 대부분 온라인으로 진행되거나 침묵시위로 바뀌었다. 그리고 그렇게 냉각기를 가지고 나면 사소한 말다툼은 오히려 더 빨리 풀리곤 했다.


가끔 레체의 크고 간절한 눈망울을 보고 있으면 나 또한 레체에게 공감하고 싶은 욕망이 들끓어 오른다. 레체는 겁이 많고 소심한 면이 많아서 아직까지도 꽤 자주 그 커다란 눈망울을 굴리며 나에게 눈으로 신호를 보내는데 대부분 “밥 좀,” “자러 가자.” 등으로 이해하지만 뭔가 석연치 않을 때는 레체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하고는 한다. 레체가 밤마다 보내는 자러 가자는 눈망울을 모른 체할 수 없어서 나는 침대에서도 핸드폰을 하거나 책을 볼 수 있는 작은 간이 책상을 구매했다.


© Leche @holaleche


정말 강아지 언어 번역기가 생겨서 레체의 말을 다 알아듣게 되는 것도 한편으론 두렵긴 하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레체에게 만점짜리 보호자가 아닐 거라는 미안함 때문이다. 레체의 진심을 듣게 되는 게 두렵달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 번역기를 구매하게 된다면 (아마 많은 보호자들이 공감할 것이다) 레체가 아플 때를 대비하기 위해서 일 것이다. 레체가 공복토를 하거나 다리를 갑자기 절을 때 도대체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알지 못해서 마음을 졸이던 기억. 다시는 그런 경험을 하고 싶지 않아 천만금을 주고라도 그 번역기를 사서 구비해 놓고 싶다.


© Leche @holaleche


뒤집어 생각해 보면 서로의 언어를 100% 알아듣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레체는 내가 겪어본 최고의 룸메이트라고 자부할 수 있다. 물론 상당 부분이 레체의 배려와 공감 덕분이겠지만, 레체와 생활하면서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것만큼 비언어적 소통과 신뢰가 중요함을 깨닫게 되었다.


우린 이미 눈빛만 보고도 통하는 사이이지만 너무 속단하거나 오해는 하지 않도록 주의할게. 내가 필요할 땐 항상 지금처럼 손을 줘.


© Leche @holalec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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