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ashback] 첫 만남

의 포근함

by 푸르름

되돌이켜보면 love at first sight는 아니었다.


그러기에 나는 처음 키워보는 반려견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레체(당시 이름 우유) 또한 타고난 소심함과 트라우마 탓에 멀찌감치 떨어져 있고자 했다.

하지만 이내 자석처럼 우리는 서로에게 이끌리기 시작했고 레체는 킁킁 거리며 나의 냄새를 나는 눈알을 굴리며 레체의 귀여운 외모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사진으로 봤던 것처럼 레체는 귀티 나고 유니크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고 저절로 시선이 가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레체도 내가 싫지는 않았던지 팔을 벌리자 들어와 가만히 안겼다.

그렇다.

첫눈에 반한 것은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우린 그렇게 운명처럼 가족이 되었다.


지금도 그 마법 같은 2020년 2월의 겨울날을 떠올리면 마음이 포근해지고 모든 것이 자연스러웠던 느낌이 생각난다.

바깥세상은 코로나의 시작으로 어수선하고 어두웠지만 레체가 있는 우리 집은 한없이 안전하고 눈부시게만 느껴졌다.


반려견을 가족으로 맞이한다는 것은 크나큰 책임감이 따르는 일이지만 그만큼 가치 있는 일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한다. 상처받는 것을 두려워하고 생각이 많은 나로서는 레체를 적극적이고 강단 있게 우리 가족이 될 수 있게 만든 동생 덕에 덕을 본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미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어서야 이런 결정을 그나마 지지할 수 있게 되면서 나는 모종의 자유로움 또한 느꼈던 것 같다.


헌신과 신뢰라는 개념을 추상적으로만 생각해왔던 인간에게 동물은 솔선수범하여 그 가치를 구현해 낸다. 레체는 조용하고 소심한 아이였지만 먼저 마음을 열고 나에 대한 경계심을 조금씩 풀어나갔다. 덕분에 나도 레체의 매력에 흠뻑 빠져 허우적거리게 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부족한 나에게 온몸을 내어 신뢰해주는 이 작은 존재가 나에게 얼마나 큰 위로와 책임감을 안겨주었는지, 그날 그 순간 내 인생이 얼마나 크게 바뀌게 되었는지는 한참이 지나서야 제대로 깨닫게 된 것 같다. 그 당시에는 그저 우리 집에 오기 전에는 어떤 고통과 두려움에 떨었어야 했을지도 모르지만 이젠 우리가 너를 지켜줄게. 아프지 않게 구김 없이 행복한 아이가 되게 해 줄게. 속으로 다짐하며 꼭 안아주었던 기억만 남아있을 뿐.


우리에게 와줘서 고마워.



© Leche @holalec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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