는 다짐
나는 내향인이고 그중에서도 에너지가 매우 낮은 내향인이다. 한마디로 말해 나는 제한된 환경 속에서 매시간 매분 끊임없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고 거의 매번 하루는 내가 만족시키지 못한 사명, 인간관계, 의무들로 가득해진다. 한때 친하게 지내고 가까이 연락을 주고받던 인연들 중에는 나의 무심함과 무성의함에 실망하고 떠나버린 사람들도 많다(물론 내가 가끔 먼저 떠나버릴 때도 있다. ISFJ는 웬만하면 절연을 하지 않지만 한번 선을 넘으면 뒤도 안 돌아보고 관계를 끊어버리는 냉혈한으로 흔히 묘사된다). 올해는 정말 소중한 사람들을 잘 챙기고 자주 연락 해야지 다짐해 놓고 결국 명절이나 연말에 카드나 카톡으로 인사만 겨우 하게 될 때도 있다. 나는 정말 그 사람이 좋지만 이를 표현하는 데 있어 한없이 서투르고 어설프다.
레체와 함께 생활하면서 그 표현력에 감탄할 때가 많다. 이제 같이 산지 3년이 다되어가는데도 매번 집에 돌아올 때면 레체는 현관에서부터 너무나도 반갑게 나를 맞아준다. (가끔은 너무 황송해 빈손으로 오기가 미안해지기도 한다). 그 모습이 착륙(또는 이륙하는) 헬리콥터와 흡사하여 우리 표현으로 프로펠러를 돌린다고 하는데 저렇게 꼬리를 돌리다 무슨 일이라도 나는 게 아닌지 때로 걱정될 정도이다. 그 외에도 기분이 좋거나 감사할 때면 산책 중에도 뒤를 돌아 발을 동동 꼬리를 살랑살랑거리며 ‘너무 좋아’ ‘고마워’라고 인사하듯 나를 바라본다.
© Leche @holaleche
그렇다고 해서 내 감정만 우선하는 막무가내 사랑표현을 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예의 바르고 배려심 넘치는 레체는 원하는 게 있을 때 떼쓰거나 짖는 대신 가만히 손을 주는 방식으로 의사를 표현한다. 가끔은 내가 누워있을 때 내 이불 안에 들어오고 싶거나 아님 혼자 깨서 심심할 때 조용히 앉아 위에서 나를 빤히 내려다보기도 한다 (물론 가끔 자다가 어둠 속에서 가만히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레체를 발견하고 흠칫 놀라기도 하지만).
© Leche @holaleche
본론으로 돌아가서, 나는 레체의 사랑하는 사람에게 온몸으로 사랑한다고 말하는, 그리하여 그의 사랑과 신뢰를 확신하게 만드는 그 표현법을 배우고 싶다. 지금부터라도 레체만큼 더욱 적극적으로 좋다고 행복하다고 표현하면 나중에 후회하는 일들이 그만큼 줄어들지 않을까.
레체의 소소하지만 확실한 사랑이 오늘도 나를 웃음 짓게 한다.
© Leche @holalech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