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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르름 Dec 08. 2023

냠냠 쩝쩝

제발 좀 주워 먹지 마


쾌뇨와 쾌변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룰루랄라 집으로 돌아가던 산책길, 레체가 갑자기 멈추더니 우두득우두득 무언가를 씹기 시작했다.


잘 보니 꽤 큰 뼛조각 같은 것을 열심히 먹고 있는데, 무리해서 빼앗으려 하면 급하게 삼키다가 목에 걸리거나 위장을 찌를 수도 있다고 하여 두고 볼 수밖에 없지만 속이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보통은 닭봉 정도의 작은 뼈인데 이건 뭐 거의 2분을 야무지게 씹는 걸 보니 아무래도 큰 뼈 같았다.


제발 그러지 좀 마라는 교훈과 경고를 주기 위해 길에 서서 한참 훈계를 하는데 모자 쓴 아저씨가 나를 유심히 보고 있는 게 느껴졌다. 그 뜨거운 시선이 느껴져서 혼내던 것을 멈추소 가던 길을 갈 수밖에 없었다. 나를 설마 동물학대범으로 본 건가 하며 기분이 나빠지려는 찰나 마음을 바꿔 먹었다. 여차하면 동물학대범을 신고하려는 시민 경찰들이 주위에 있다니 살만한 세상인가. 레체야 근데 진짜 아무거나 주워 먹지 좀 마.

본능이라 미안 (c) Leche @holalec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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