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도 없는 것들에 대한 미련과 욕망
마음이 너무 무거운 건 이미 지나가서 무게도 없는 것들에 대한 미련 때문이었다. 너무 가벼운 것 또한 아직 오지 않아서 무게 없는 것들에 대한 욕망 때문이었다. 모두가 마음이 제 무게를 잃어서였다. 제 무게를 찾으면 마음은 관대해지고 관대하면 당당해진다.
-김진영, <아침의 피아노>-
최근 마음이 무거워도 너무 무거웠다. 과거에 대한 후회가 자꾸 마음을 짓눌렀다. 그러고 또 몇 주는 잡히지 않는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갈팡질팡했다. 이미 지나간 것들에 대한 미련, 아직 오지 않은 것들에 대한 욕망 및 걱정이 내 마음을 휘감았다. 어느 한쪽이라도 결정을 하면 마음이 정리될 줄 알았다. 그런데 그 이후에도 내 마음은 끊임없이 번복하고 복기했다.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펼치며 불안해했다. 마음이 제 무게를 잃었다.
흔히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으면 걱정이 없겠다고들 한다. <하루심리공부>에서 신고은 작가는 비합리적 신념을 바꾸기 위한 소크라테스식 문답법을 소개한다.
1. 논리적 논박: 그 신념이 정말 타당한가? 논리적 근거가 있나? 비약 아닌가?
2. 경험적 논박: 그 신념을 믿을 만한 경험적 근거가 있나? 현실적인 신념 맞는가?
3. 실용적 논박: 그 신념을 통해 당신 인생이 조금이라도 나아지는가?
4. 철학적 논박: 그 신념이 과연 당신을 행복하게 하고 인생을 의미 있게 만들어 주는가?
5. 대안적 논박: 그 신념이 정말 최선인가? 더 나은 생각을 해 볼 수 있지 않은가?
나를 깎아내리는 비합리적 신념을 위한 이 문답은 대부분의 걱정에도 무리 없이 적용이 가능하다. 1, 2를 겨우 통과한다고 해도 많은 경우 3, 4에서 걸리고 만다. 이렇게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이 내 인생을 낫게 만드는 것인지를 생각하면 조금 허탈해지기도 한다. 백번 양보해 걱정을 통해 미리 계획을 세우면 앞날의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거라고 우기며 그 문턱을 넘어간다고 해도 과연 이런 생각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지 자문하면 대답은 명확하다. 인생의 기로를 세우는 중요한 질문이라면 몇 번 고민하고 신중해질 필요는 있다. 하지만 그 질문으로 몸과 마음이 메말라가고 지나친 고민상담으로 주변을 괴롭힌다면 고민이 인생을 갉아먹기 시작한 것이다.
과거에 대한 후회는 이제 그만 내려놓아야 할 때이다. 그 무게가 여전히 발목을 잡고 내 현재의 결정에 영향을 끼친다면 그 신념은 유익한 것도 최선인 것도 아닌 것이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의 가능성을 움켜 잡아보고자 발버둥 치는 것도 지나치면 또 하나의 집착이 된다. 때로는 선택을 잘하고 싶다는 완벽주의가 시간과 마음을 낭비하게 하기도 한다. 다시 마음의 무게를 찾아보자. 다시 한번 관대하고 당당했던 나로 돌아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