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푸르름 Aug 11. 2024

주체성과 연민 사이

내 삶에 대한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지 않기


그리고 내가 내 삶에 대한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 삶은 나의 것이다. 내가 만들었다. 그걸 가지고 내가 원하는 걸 할 수 있다. 내 삶을 사는 것. 그리고 언젠가 비통한 마음 없이 그걸 야생의 잡초 우거진 모래언덕에 돌려주는 것.

And that I did not give to anyone the responsibility for my life. It is mine. I made it. And can do what I want to with it. Give it back, someday, without bitterness, to the wild and weedy dunes.

- 메리 올리버, <긴 호흡> 중에서 -


부러웠다. 이토록 자신감 있는 말투라니. 내 삶으로 내가 원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간단한 진리를 나는 얼마나 자주 잊고 사는지. 내가 선택한 오늘 하루인데도 나는 끊임없이 뒤와 주변을 돌아보며 주저하고 반추한다. 힘든 상황에서도 내 주도권을 잃지 않는 삶을 너무나 동경하면서도 점점 멀어져 간다. 사소한 것에서라도 내 주체성을 찾기 위해 나는 끊임없이 시도하고 떠나고 좌절하고 돌아온다.


내 삶에 대한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지 않았다고 단언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그래야 저렇게 비통한 마음 없이 이 세상을 떠날 수 있는 것일까. 남 탓과 핑계를 찾는 것이 일상다반사인 삶 속에서 부끄러움과 거리감을 느낀다. 저토록 당당해지기 위해서 무엇부터 시작할 수 있을까. 이 모든 것이 오롯이 내 탓이라고 생각하면 삶의 원동력마저 퇴색되어 버리는 유약함 속에서 그래도 나는 여전히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있는 것이라는 위로에 살아간다.


인생은 무엇을 이루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냥 살아내는 것 자체로 충분하다고들 한다. 주체적인 삶과 자기 연민이 서로 모순된 것은 아닌 것 같다. 내가 일구어 내는 삶도 외부의 바람에 흔들리고 쓰러지기도 한다. 그럴 때는 스스로를 보듬어 줄 필요도 있다. 내 자신을 어떻게든 지켜내는 것 또한 내 삶을 사는 것이다. 남의 탓도 내 탓도 아닌 있는 그대로의 삶을 받아들이는 경지에 이르기까지 부디 나 또한 아껴줄 수 있기를 바라본다.


메리 올리버는 묻는다.


당신은 언제가 되어야

당신 자신을 포함해

세상을 걸어가는 모든 연약한 존재들에게

조금이나마 연민을 품게 될까?


작가의 이전글 고생 끝에 낙이 올 수도 있음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