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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보다 기억

점장님, 저 사실 체리쥬빌레 싫어해요.

by 푸르름

점장님, 저 사실 체리쥬빌레 싫어해요.

점장님도 그러셨잖아요. 도대체 이게 왜 체리맛인지 모르겠다고. 저는 캐러멜 프랄린 치즈케이크가 제일 좋아해요. 그런데요, 여전히 가끔 일부러 체리쥬빌레를 먹어요. 내 안에 미움이 너무 많을 때. 그게 나를 해치려고 할 때. 그런 날의 퇴근길에는 분홍색 간판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요. 그리고 어차피… 캐러멜 프랄린 치즈케이크는 단종됐거든요.

잘 지내시죠?

저는 잘 지내요.

-하현, <좋았던 것들이 하나씩 시시해져도>-


나의 첫 아르바이트 경험이 떠올랐다. 아이스크림은 근력이라는 것을 깨달았던 그 힘들지만 보람찼던 기억이 오래간만에 밀려왔다. 체리쥬빌레를 싫어한다는 말에도 동감했다. 체리맛이라기엔 인공적인 그 느낌에 나도 체리쥬빌레를 멀리해 왔다. 단종된 캐러멜 프랄린 치즈케이크의 맛을 떠올리니 저자와 정말 취향이 비슷한 것 같았다.


가끔 내 안에 미움이 너무 많을 때, 그게 나를 해치려고 할 때, 체리쥬빌레를 먹는다는 고백도 이해할 수 있었다. 내 안에 부정적인 생각이 올라올 때 누군가 나를 배려해 줬던 고마웠던 기억을 떠올리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뜻이겠지. 그런 면에서 저자가 부럽기도 했다.


사실 나도 알바를 하며 비슷한 환경에 처했었다. 그 당시 첫 점장님은 당연히 내가 그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했었고 나도 그래야만 하는 줄 알았다. 나중에 더욱 이 일에 진심인 점장님과 일을 하며 나는 지금 점장님이라면 그렇게 처신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확신했다. 그리고 나도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다짐했었다.


감사한 기억은 지키고 되돌리고 싶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도 그 사람과 함께라면 기꺼이 하고 싶을 때가 있다. 혼자라면 절대 안 할 추운 겨울 산책도 강아지와 함께라면 하게 될 때가 있다. 체리쥬빌레를 좋아하지 않지만 체리쥬빌레에 얽힌 기억이 너무 고마워서 체리쥬빌레를 먹게 될 때가 있다. 내 안에 내가 원하지 않는 감정이 올라올 때 나도 어쩌면 이제부터 체리쥬빌레를 찾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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