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재미있으면 좋고 아니면 또 마는 겁니다
굳이 흔적을 의식하면서 내 삶의 의미를 찾으려 하지 마세요. 평판이나 성취, 또는 어떤 대상 역시 내 삶의 의미여선 안 됩니다. ‘어떻게’에만 집중하세요. 어떻게 일할지, 어떻게 놀지, 어떻게 사랑할지. 우리는 의미 없는 삶을 살아도 괜찮습니다. 뭐 어때요. 하루가 재미있으면 좋고, 아니면 또 마는 겁니다.
-허지원, <나도 아직 나를 모른다>-
오늘도 나는 내 삶의 의미가 될 대상을 찾아 헤매었다. 내게 기깔나는 언변이 있었으면, 내게 휘황찬란한 커리어가 있었으면, 내게 가정이 있었으면 하고 바랐다. 나의 관심은 늘 내 안이 아닌 밖을 향해 있었다. 그러니 아침마다 눈을 뜨는 것이 고역일 수밖에.
내가 원하는 삶, 나의 욕구, 나의 우선순위가 헷갈릴 만큼 나에 대해 잘 모른다는 생각에 답답해져서 오랫동안 억눌러왔던 나의 바람을 표출시켜 봤지만 돌아오는 것은 더 큰 후회와 자책이었다. 나는 여전히 확신이 없었다. 내가 선택한 길에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부족했다. 무기력에서 벗어나는 것이 시급하고도 어려웠다. 사랑인지 의존인지 자꾸만 헷갈렸다.
삶에 의미가 없어도 행복할 수 있음을 머리로는 잘 안다. 하지만 하루살이라는 그 느낌이 나를 자꾸만 끌어내린다. 자꾸만 원대한 가치와 목표 사이에서 허우적거리는 나에게 친구가 내 삶의 목표를 정해줬다. 내 새로운 삶의 목표는 머리카락 덜 빠지는 것. 그냥 오늘 하루 스트레스 덜 받고 보내는 것. 즐거웠으면 좋았겠지만 또 항상 좋을 수많은 없다는 것을 받아들여 보자. 아침에 일어나기 힘든 것은 당연하다는 것조차 받아들여 보자. “남들”과 같은 “평범한” 삶을 살았으면 생각하는 순간 지옥문이 열린다. 나는 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주어진 범위 안에서 나를 마음 편하게 해주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