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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웃어줄 수밖에

믿고 싶었다. 루이의 연속성을, 분절되지 않은 루이의 존재를.

by 푸르름

마음을 다해 사랑하기에는 너무 빨리 죽어버리는, 인간의 감각으로는 온전히 느낄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완전한 타자. 하지만 희진은 이해하고 싶었다.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믿고 싶었다. 루이의 연속성을, 분절되지 않은 루이의 존재를. 그때 네 번째 루이가 희진을 보며 입가를 일그러뜨렸다. 희진은 그것이 미소임을 알았고, 그래서 마주 웃어주었다.

- 김초엽, <스펙트럼> -


끊임없이 소멸되는 것들의 영속성을 믿을 수 있을까?

인간보다 훨씬 생애주기가 짧고 같은 언어를 나누는 것도 아니지만 서로 이해하고 영원히 함께 한다고 믿고 싶은 존재들에 대해 생각한다. 인간도 더 큰 존재에게는 비슷한 의미로 느껴질 수 있겠지.


허무함을 이겨내는 힘은 소소한 즐거움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힘이 나지 않을 때가 있다. 이런 사실이 슬프고 울적하게 다가와 힘없이 녹아버릴 것 같을 때 나의 루이를 생각한다. 본능에 충실하면서도 이타적인 습성이 몸에 밴 그 모습을 떠올린다.


“나 힘들어”라고 하자 갑자기 나의 루이가 마치 알아들은 것처럼 하던 행동을 멈췄다. 우리의 시간이 항상 완벽하지는 못해도, 영원히 함께하지 못해도, 우리 몸속 어딘가에는 이렇게 서로를 이해했던 기억들이 반짝 빛났다 사라지겠지. 나만의 방식으로 표현해도 마음은 전해질 것을 믿으며 나도 웃어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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