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
삶은 참 돌연합니다. 우리는 그 돌연함 속에서 속수무책 생을 이어갑니다. 더군다나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은 산적해 있죠. 누군가는 그것이 그저 삶일 뿐이라고 이야기할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들이 말하는 그 삶을 짚어보고 싶습니다. 왜, 어째서, 이렇게, 우리는 되어야만 했는가. 저는 그런 데 있어 집요한 구석이 있습니다. 그 집요함으로 계속해서 소설을 쓰고 싶습니다. 지금과 늘 같은 마음으로, 이게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
- 예소연, <돌풍을 견디며 나아간 그곳에> -
삶은 참 돌연하다는 문구가 내게 와 콕 박혔다. 2023년 8월 그 일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내가 그때 그 일을 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그 이후 내 인생을 바꾼 수많은 선택을 하고 나 역시 속수무책 생을 이어가고 있다.
<그 개와 혁명>으로 2025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예소연 작가의 문학적 자서전은 뼈아프게 솔직하고 공감 간다. 왜, 어째서, 이렇게, 우리는 되어야만 했는가. 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여주지 않는 건지로 시작해서 그런데 왜 때로는 나조차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주지 않는 건지로 끝나는 의문의 굴레는 한동안 나의 일상이었다. 이제는 나에게 조용히 이야기해 본다. 너를 제일 잘 보듬어줄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너야.
해내도 해냈다는 느낌이 들지 않던 지난날. 이미 끝이 보여도 최선을 다하면 나아질 거라고 수없이 되뇌던 순간들. 이제는 정리하고 놓아주며 아주 작은 것이라도 내 힘으로 하는 만족감을 얻을 수 있었으면. 그러기 위해서는 나를 더욱 잘 알고 솔직해져야겠지.
예소연 작가가 소설을 쓰는 이유와 포부는 나에게 깨달음을 준다. 자꾸만 피하고 싶은 나와는 달리 집요하게 파보고 싶다는 그녀. 이제는 나도 한 번 사는 인생 눈을 질끈 감고 내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 보려 한다. 이게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