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오래된 죄책감에 대하여

내가 뭘 더 좀 하고 싶은 게 왜 미안해야 할 일이야

by 푸르름

더 멀리 뛰고 싶을수록 죄책감이 발목을 잡아. 내가 뭘 더 좀 하고 싶은 게 왜 미안해야 할 일이야.

- 양금명, <폭싹 속았수다> -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게 미안해야 할 일이 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다. 본의 아니게 내 희망과 꿈이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치거나 대가를 치르게 할 때 움찔하게 된다. 왜 미안해야 할 일이냐고 소리 지르고 짜증 내고 싶지 않아도 때때로 그런 마음이 올라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남과의 비교가 좋은 곳으로 데려다주는 경우는 드무니까.


<폭싹 속았수다>에는 가족에게 좋은 것만 주고 싶은 마음, 내 자식은 이런 고생 안 했으면 하는 부모의 마음을 절절히 그린다. 한편 그 노파심과 조바심이 인생마저 대신 살아주고픈 욕심이 될 때의 병폐도 여실히 보여준다. 부모도 인간이고 완벽하지는 않지만 나름의 최선을 다한 삶임을 보여줌과 동시에 부모의 기대와 희생에 주눅 들어 원하지 않는 선택을 하거나 죄책감을 느껴도 아무도 탓할 수 없음을 느끼게 한다. 어쨌거나 한동안 타고난 처지를 한탄할 수는 있어도 결국 선택은 본인의 몫이다. 위의 대사를 했던 금명은 결국 가족의 지원을 받아 유학길에 오른다.


드라마에는 죄책감에 대한 또 다른 공감 가는 대사가 나온다. 오애순이 먼저 떠나보낸 아직 어렸던 아들을 떠올리면서 “그리움보다 죄책감이 더 크면 추억이 안돼.“라고 하는 장면이다. 끝까지 사고를 사고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책하는 부모의 심정에 대해 함부로 말하기는 어렵다. 단, 죄책감이 득 보다 실이 될 때가 많기에 이 감정을 잘 다루는 것은 인생의 화두다. 죄책감 때문에 못하겠다는 고민에 혹자는 본인이 두려워하는 것을 부모님/자식 핑계 뒤에 숨지 말고 정말 원하는지 자문해 보기를 냉정하게 권하기도 한다. 내 선택이 다른 누구를 힘들게 한다는 착각이 들 때는 그게 정말 나 때문인지 아니면 남의 인생을 마음대로 하고 싶은 타인의 욕망이 스스로에게 부과한 고통인지 찬찬히 살펴보자. 스스로 만드는 불필요한 죄책감은 이제 모두 거부한다. 나의 상상은 대부분 기우였음을, 나만 잘하면 됨을 항상 기억하자. 최선을 다해 어떤 상황에서도 사소한 즐거움을 누리려 애쓰는 각자의 모습을 닮아보자. 추억으로 남기기 위해서라도 쓸데없는 죄책감을 없애 보자.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