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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만 쉬고 있어도

허비되는 시간 같은 것은 없습니다.

by 푸르름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모든 시간을 알차게 보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압박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저는 이것이야말로 해롭다고 생각합니다. 허비되는 시간 같은 것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뭔가를 달성하고 이루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이 아니라 존재함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 김영하, 영하의 무물 -


존재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 감사하는 마음을 유지하고 표현하는 것도 생각보다 힘들다.


누구나 가보지 못한 수많은 길들을 그냥 안고 산다. 어떤 이는 내가 선택한 길이 최고라고 말하고 어떤 이는 일말의 후회도 없다고 하지만 결국은 얼마나 속마음을 감출 수 있느냐의 차이일지도. 자기 암시의 끈을 잡고 사람들은 각자의 삶의 태도를 만들어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조금은 다른 길을 걷는 나를 특별히 여겨보자. 더 외롭고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모두 각자의 의미가 있을 것이라 느끼자. 궁극적으로 언젠가는 아무 의미가 없어도 괜찮다고 받아들이는 날도 오겠지. 불안에 빠지는 것을 노력하고 있다고 착각하지 말자. 조바심과 불안 때문에 편안할 수 있는 시간을 불편하게 만들지 말자. 이래도 되나라는 생각을 멈추고 눈앞의 햇살을 관찰하자.


시간이 되면 다시 일어났던 나를 기억해 봐. 이제는 그 순간이 오지 않을 것이라는 잔혹한 속삭임에 지지 말자. 내 마음은 더 단단해지고 있고 씩씩하게 상처받을 능력은 점점 더 길러지고 있다. 아직 창창하다. 불안한 마음이 올라올 때마다 믿고 또 믿자. 허비되는 시간 같은 것은 없다.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살아남을 것이다. 살아있고 살아야 한다. 숨 쉬고 있어 준 나에게, 포기하지 않은 나에게 즐길 수 있는 오늘을 선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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