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마개 논쟁
얼마 전에는 산책하던 동거인이 관리아저씨로부터 주의를 받았단다. 주변에서 민원이 들어와서 그러는데 강아지 목줄을 절대 풀지 마시고 입마개도 하셔야 할 것 같다고. 목줄이야 늘 꽉 잡고 있는데 5대 맹견도 아닌데 입마개를 할 필요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는데. 그러고 나서 며칠 후 엘리베이터 앞에 다음과 같은 안내문이 붙었다.
위의 동물보호법에 잘 기술된 것처럼 입마개를 해야 하는 견종은 5대 맹견이고 이를 제외하고 레체와 같은 믹스견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먼저다’라고 주장하는 이들 때문에 대다수의 공격성이 없는 개들이 싸잡아서 범죄자 취급을 당해야 하는 위험에 처한 것이다. 강아지를 무서워하는 휴먼을 배려해야 한다는 것은 십분 공감하더라도 오픈된 공간에서 산책하고 있다가 멀리서 지나가는 사람이 무서워하면 주섬주섬 입마개를 꺼내어 채워야 한다는 건지. 서로 가까이 가지 않을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많고 정말 찰나의 스쳐 지나가는 순간을 위해 항상 입마개를 해야 한다는 것은 조금 무리가 아닐까 싶다. 입마개를 대부분 마스크 정도로 생각하고(심지어는 ‘입마개 씌우라’는 요구를 ‘마스크 써야 한다’고 잘못 말씀하시는 어르신분들도 보았다) 그거 뭐 어렵지도 않은데 못해주냐는 식의 반응도 많다. 하지만 입마개는 마스크가 아니라 재갈이나 테이프(흔히 입을 꿰매어버릴까 보다 할 때 그 느낌에 더 가깝지 않을까)처럼 입을 벌리고 싶어도 못 벌리게 하는 그런 강제적 성격이 강하다는 것을 공감해 준다면 어떨까?
우리가 레체에게 입마개 씌우기를 꺼려하는 것은 ‘우리 개는 안 물어요’라는 안일한 대응은 아니다. 물지 않는 개에게 입마개를 씌움으로써 선입견이 강화되거나 framing의 효과까지 생길까 봐 우려될 뿐이다. 당장 우리도 입마개를 한 개를 보면 ‘저 개는 맹견인가 보다,’ ‘저 개는 무는 개인가 보다.’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데 주변에 산책하는 아이들이나 어른들은 오죽할까 싶다. 만일의 사고를 대비하고자 하는 조심스러운 마음은 십분 이해가 가지만 그로 인해 강아지와 인간, 반려인과 비반려인 사이에 이질감이나 적대감을 강화시킬 수 있는 조치를 굳이 강제해야 할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 이렇게 하다 보면 더욱 강아지를 사물화 하고 조종해서 인간에게 더 편하게 바꾸려는 움직임이 커지는 것은 아닐까. 함께 지구에서 살아가는 공동체의 일원으로서가 아닌 마치 지구의 주인으로서 인간의 당연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라는 착각이 점점 더 심해질 것만 같아 걱정이다.
개에게 입마개를 씌우라고 민원을 넣기 전에 어떻게 하면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양심을 지키면서 서로 다른 종들 간 불필요한 피해 없이 안전하게 서로 공존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먼저 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