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는 게 아니라 익어가는 거야
4살의 레체는 여전히 우리에겐 아기이지만 정말 아기 레체 때와 비해 달라진 점도 많다.
화장실 앞에서 문을 긁고 기다려 볼일도 급하게 보고 나오던 첫 일 년에 비해 이제는 화장실 앞에서 기다리는 것 따위는 안 하는 의젓한 성견이 되었다.
가끔은 샤워하고 나오면 문 앞에서 꼬리 치며 반기던 레체가 그립기도 하지만 이제는 한참 지나서야 천천히 어슬렁어슬렁 졸린 눈으로 나오는 레체가 편안해서 좋다.
누워있는 나를 위에서 심각하게 쳐다볼 때면 그 날렵한 외모에 정말 어른이구나 생각할 때도 있다.
24시간 붙어있을 수 없을 바에는 분리불안이 덜한 지금이 더 나은 것이라는 것은 머리로는 충분히 이해한다. 다만 나 없이는 아무것도 못할 것 같던 아이가 이제 혼자서도 잘 있고 자기만의 시간을 즐길 줄 아는 성견으로 거듭난 것이 대견하면서도 못내 그 특별하고 소중했던 시간을 더 즐기지 못한 것이 아쉽다.
너무나 의젓하고 속 깊은 레체야. 그래도 넌 내게 언제나 귀엽고 소중한 아기란다. 언젠가 네가 노견으로 불릴지라도 나는 너의 아기 때 모습 그대로를 기억하며 사랑할게.